삼성전자·현대차…메타버스서 광고하는 이유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유저 1억5000만명
이용자 대다수가 'Z세대'…미래 고객 공략 차원

세계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를 통해 광고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다. / 사진=로블록스, 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구찌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뛰어들고 있다. 미래의 소비자가 될 청소년에 친숙해지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체험형 가상공간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을 런칭했다. 이 공간에는 그래픽으로 구현된 삼성의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이 등장한다. 앞서 지난해 9월 현대차는 로블록스에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를 개설하고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현대의 가상공간에 접속한 누리꾼들은 현대차의 다양한 완성차를 구경할 수 있으며, 간단한 미니 경주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로블록스는 2006년 미국의 프로그래머 데이비드 바수츠키가 출시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이다. 지난해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억5000명, 하루 평균 접속자 수 4000만명에 달한다. 로블록스의 특징은 레고 장난감을 연상케 하는 간단한 그래픽과 무한한 확장성이다. 이용자들은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로블록스 플랫폼 내에서 자신만의 체험 공간을 개설할 수 있으며, 그 공간에 다른 유저들을 초대해 함께 게임을 즐긴다.

로블록스에 만들어진 삼성전자의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 /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대기업들은 마케팅 수단으로 로블록스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등도 지난해 로블록스와 브랜드 파트너십 이벤트를 통해 게임 공간 내 제품 전시관을 구현했다.

로블록스에 진출한 기업들이 항상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삼성·현대 가상공간의 접속자 수는 평균 500~2500명 수준으로 로블록스 규모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다만 이 기업들의 목표는 미래 소비자인 메타버스 게이머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알리려는 것이다. 개발사의 공식 집계 자료에 따르면 로블록스 내 게임 개발자·이용자 대다수는 10대 청소년이다. 그중에서도 17~24세 이용자가 전체 연령층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 실패했던 메타버스 광고…"소비자 방문 요인 늘려야"

사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다. 메타버스의 시초로 알려진 게임인 '세컨드 라이프'가 대표적이다.

2003년 공개된 세컨드 라이프는 거대한 가상 도시에 유저들이 모여 '린든 달러'라고 불리는 화폐를 거래하거나, 실존하는 기업이 지점을 세우고 광고 활동을 하기도 했다.

최초의 메타버스 게임으로 알려진 '세컨드 라이프'는 가상 공간에 실존 기업의 지사를 설립해 마케팅 활동을 벌이려 했다. 사진은 게임 내에 만들어진 미국 컴퓨터 장비 기업 '델' 지사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러나 세컨드 라이프의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07년 3600만명의 접속자를 기록한 뒤 점진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약 60만명에 불과하다.

세컨드 라이프의 실패는 IT 기술의 발전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3D로 구현된 방대한 가상 공간을 감당할 PC가 보편화되지 못 했고, 수많은 동시 접속자를 한 번에 감당할 수 있는 서버 기술도 부족했다. 결국 게임 접속 자체에 어려움을 느낀 유저들이 하나둘 세컨드 라이프를 이탈한 것이다.

때마침 탄생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탈(脫) 세컨드 라이프' 현상을 가속했다. 고가의 컴퓨터를 갖춰야 접속할 수 있었던 세컨드 라이프와 달리, 이들 SNS는 텍스트 기반으로 이뤄져 누구나 간단히 접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광고 활동 또한 SNS 중심으로 옮겨졌다.

현재는 저렴한 보급형 PC로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무리 없이 가동할 수 있으며, VR(가상현실) 고글 등 관련 지원 장비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메타버스가 기업 광고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는 메타버스 광고가 보편화되면 일반 온라인 광고를 뛰어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게임처럼 이용자의 접속 기간이 긴 메타버스 공간은 일반 광고보다 훨씬 많은 시간 동안 소비자를 광고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확실한 이점이 있다"며 "다만 메타버스 내에서의 광고 효과를 높이려면 현실처럼 소비자가 한 공간에 머무를 수 있는 유인을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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