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매번 대리점에 들러 발급받던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이 마침내 사라진다. 스마트폰 자체에 e심(eSIM·내장형 가입자식별모듈)을 내장하고 인터넷에 연결해 집에서 원하는 통신사에 직접 가입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스마트폰 1대로 2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 이동통신 시장에 무한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9월 1일부터 e심 서비스를 도입한다. 내장형 디지털 심(SIM)인 e심은 스마트폰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단말기에 칩이 내장돼 소비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따로 유심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QR코드를 촬영하면 e심에 해당 통신사의 프로파일이 다운로드 되고 개통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유심을 받기 위해 꼭 들러야 했던 이통사 대리점에 들를 필요도 없어진다. 비대면·온라인 개통이 일상화된다. 요금제도 이통사별 애플리케이션 실행을 통해 등록할 수 있다. 가격도 유심(7700원)보다 저렴하다. e심은 다운로드 수수료 2750원만 내면 된다.
번호이동시 매번 귀찮아서 구매하거나 집안 어딘가에 둔 유심칩을 찾지 못해 새로운 유심을 구매해야 했던 일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심의 경우 기존 통신사 프로파일을 삭제하고 새 통신사의 프로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돼 별도의 칩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e심은 싱글e심과 듀얼e심 등 두가지로 구성돼 있다. 싱글e심은 유심 없이 e심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듀얼e심은 유심과 e심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1대에 2개의 번호가 주어진다. 듀얼심을 이용하면 기존 투넘버 서비스와 달리 독립적으로 통화나 문자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 2대의 폰을 하나로 합쳐 놓은 것처럼 쓸 수 있다. 일상용과 업무용 등 용도에 맞춰 요금제를 쓸 수 있고 전화도 각각 이용할 수 있어 여러대의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던 사람들에게는 유용하다.
이용자들은 회선, 즉 단말기 고유 식별번호(IMEI)를 기준으로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IMEI는 국제적으로 통신단말장치에 할당되는 고유번호로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장비 또는 모뎀 칩별로 할당된다. 듀얼심 단말은 심카드를 2개 발급받아 개통할 수 있어 IMEI가 2개다. 예컨데 SK텔레콤에서 휴대폰 지원금 할인을 받고, LG유플러스에서 선택약정할인을 받는 식이다. ‘세컨드 폰’이 필요 없어 단말기 비용 절약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국내 e심 도입은 해외 대비 다소 늦은 편이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e심 도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유심 판매 수익이 줄어들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하락하게 된다. 번호 이동이 쉬워져 가입자 이탈도 늘어난다. 통신사들은 유심칩 판매로 매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심칩 원가가 실제 가격의 반값도 채 안되기 때문 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더이상 e심 도입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통신사, 제조사 등과 ‘e심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책 도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5월 고시 개정 등 제도 개선도 완료됐다.
해외에서 e심은 이미 보편화됐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는 2016년 e심 표준화 규격을 발간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 영국, 독일 등 69개 국가 175개 사업자가 상업용 e심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e심 지원 가능한 휴대폰은 2018년 3억6400만대에서 2025년 20억대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스마트폰의 50%에 e심이 지원된다는 의미다.
통신사들은 전산 시스템 데이터 구조 변경을 완료하고 테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상품 개발 및 대리점 안내 등 작업을 마친 후 9월 1일부터 e심 기능 탑재한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