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7일 러시아 시베리아 중남부에 위치한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찍은 '알래스카는 우리 것"이라고 적힌 표지판 사진이 트위터에 <br /> 올라왔다./사진=트위터 캡처.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미국 등 서방국가가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알래스카 반환'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제국(러시아 전신)은 이미 155년 전에 알래스카 영토를 미국에 매각했지만, 최근 미국이 해외에 있는 러시아 자산을 압류하기 시작하면서 알래스카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A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내 강경파인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은 이날 하원에서 "미국은 러시아 영토 일부인 알래스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미국 등 서방이 자꾸 우리 해외 자산을 압수하는데, 그전에 미국이 우리에게 돌려줄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트르 톨스토이 러시아 하원 부의장도 알래스카에서 국민투표를 할 수도 있다고 말을 보탰다.
알래스카는 미국의 49번째 주이자 면적이 171만7856㎢에 달하는 곳으로, 원래 러시아 제국의 영토였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2세는 1867년 미국에 720만달러(현재가치 약 1억6000만달러·2100억원)를 받고 알래스카를 매각했는데, 당시 오스만 제국과 크림 전쟁(1853~1856년)으로 재정이 악화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 영국이 알래스카를 강제 점령한 뒤 시베리아 영토의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면서 매각을 부추겼다.
당시 알래스카의 1㎢당 매입 가격은 겨우 4.19달러(현재 가치 92달러·12만원)에 불과했지만, 미국 내에선 거센 비난이 일었다. 720만달러에 쓸모없는 '얼음 덩어리'를 샀다는 이유에서다. 이 계약에 서명한 윌리엄 슈어드 미국 국무장관은 "거액의 돈을 날리는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1899년에 알래스카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반전을 맞았다. 이어 대규모의 석유와 가스 자원이 발견됐고, 알래스카는 금싸라기 땅이 됐다. 미국은 '로또'를 맞은 셈이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후회막심한 일이었다.
한편, 지금도 알래스카에는 러시아 문화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주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약 80여개의 러시아 정교회가 있으며 알래스카 대학교에는 다른 미국 대학보다 러시아인 학생이 많다. 그러나 전체 인구 74만명 중 러시아어 사용 인구는 1.4%에 불과한 상황이다. 톨스토이 부의장은 알래스카 영토 반환을 두고 국민투표까지 언급했지만 찬성할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