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트루?] 무단횡단 처벌… 한국만 '솜방망이'라고?

유럽, 미국 등 비교해보니
전문가들 "보행자 우선해야 안전 확립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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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 보행자는 처벌이 약한데 왜 운전자만 규제하나요?"

최근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뒤 마주하는 횡단보도 앞에서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무단횡단 보행자에 대한 처벌은 그대로 둔 채 운전자에 대한 규제만 계속 늘어난다고 항의하는 목소리들이 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무단횡단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시행령에 따라 2~3만원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게 일반적이다. 과연 한국은 무단횡단에 관대한 나라일까.

다른 교통 선진국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엔 무단횡단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보행자가 이용하는 도로를, 차량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유럽에선 거리낌 없이 차도를 횡단하는 보행자와 이들을 의식해 서행·정지하는 운전자를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은 길을 건너는 보행자가 있을 수 있으니 운전자가 조심해야 한다고 관련 법 조항을 통해 요구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무단횡단 관련 처벌이 없는 영국과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2019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3.9명으로 나타나 OECD 평균(5.2명)을 밑돌았다. 한국은 6.5명이었다.

한국은 차량 위주 교통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치며 무단횡단 개념을 사실상 처음 도입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만 미국 대부분 주와 일본 역시 무단횡단을 경범죄로 취급한다. 게다가 미국은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가 11명으로, OECD 평균의 2배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보다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보행자 친화적인 환경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우리나라는 운전자 중심 시각에서 무단횡단 보행자를 '침범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무단횡단이란 개념이 도입된 게 얼마 안 됐고, 지금은 운전자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라며 "누구든 스스로가 운전 시에만 운전자일 뿐이고, 언제나 보행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전자 대상 교육은 많지만, 보행자를 위한 교육은 공식적으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고령자를 중심으로 보행자를 위한 기초적인 법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도시 특성상 원활한 도로 흐름과 보행자 안전을 동시에 챙기는 것이 필수적이다"며 "보행자와 차량이 각각 많이 이동하는 도로에선 한쪽의 권리를 더 챙겨줄 수 있도록 명확히 구분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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