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국가 간 입양이 양부모에게도 입양인에게도 좋은 일로만 인식되곤 하는데 사실 국가 간 입양으로 인해 입양인이 겪게 되는 어려움이 많다. 그걸 책으로 말하고 싶었다.”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마야 리 랑그바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0년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됐다. 책에서 유난히 여성임을 강조하는데, 책 이름도 ‘그 여자는 화가 난다’(난다)이다.
무엇이 그렇게 화가 날까. 그는 일찌감치 자신이 입양아임을 자각했다. 백인 부모와 생김새가 달랐기 때문. 덴마크 마을에 보이는 한국 입양아들을 접하면서 자신이 한국에서 입양됐음을 알게 됐다. 다만 그들과 동류임을 애써 거부하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좋은 환경에 입양됐음을 감사할 것을 강요받는 상황에 분노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해 부모를 찾아주는 일보다 부모들을 위해 아이를 찾아주는 일이 더 우선”되는 상황에도 분노했다.
2007년 이뤄진 내한은 분노를 키웠다. 4년간 입양에 관한 건설적 비판을 하는 공동체에 속해 세계 각국에 입양된 사람을 만나면서 국가 간 입양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 그는 “입양에 관해 배우면 배울수록 새로운 분노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능동적인 분노는 생산성을 지닌다. 건강한 형태의 분노를 모색할 때 변화의 불씨가 피어난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공동체에서 만난 입양인들의 사연이 담겼다. 책 제목에 ‘그 여자’라고 한 것도 “화자로부터 거리를 두어 여러 사람의 증언을 담기 위해서”였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먼저 입양된 상황을 두고는 “페미니즘 이슈와도 맥이 닿아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성소수자로 “항상 바깥에서 바라봐야할 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2007년 친부모와 재회한 이후 5년간 왕래를 끊었다. 언어와 정서적 장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감정적으로 어려운 5년을 보냈다.” 그는 “한국에서는 입양된 셀럽들을 (미디어에서) 대단한 서사로 그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에 관한 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물론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이해 못하지 않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을 이해한다. 하지만 “출생률이 낮은 한국의 높은 입양율은 의문을 갖게 한다”며 “국가 간 입양은 하나의 사업이다.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책은 소설 형식의 시로 구성됐다. 저자는 이런 하이브리드 장르가 “의식적인 접근은 아니었다”면서도 “전복적인 시도가 중요했다. 기존에 제시하지 못한 장르로 가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어로도 이 책이 꼭 번역됐으면 좋겠다”며 “책 안에 텍스트들은 여러 입양인을 통해 저희가 공동으로 해낸 증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