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냥 버티는 거예요'… 최저임금 인상에 한숨 쉬는 자영업자

내년도 최저임금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에 알바생 고용하기 어려워"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업주가 인상된 가격으로 메뉴판을 수정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지금 이익이 안 남거든요. 그냥 버티는 거예요."

서울 충무로3가에서 닭한마리 가게를 운영하는 양란모(55)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인상되자 가게에 일손이 부족해도 앞으로 직원을 고용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푸념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직원 6명을 고용했지만 현재는 단 2명뿐이다. 주말에는 직원 없이 혼자 일하고 있다.

양 씨는 최저임금과 실제 인건비 사이에 차이가 벌어졌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미 인력시장에서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시급으로 임금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양씨는 "홀 서빙이나 주방 이모를 부르는 데 평일은 1만2천원, 주말은 1만5천원"이라며 "최저임금 오른 것 하고는 전혀 무관하게 노동시장은 가격 형성이 그렇게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아 인건비는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물가가 급등하는 와중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메뉴 가격 인상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버티고는 있었는데 이번 달에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며 "단가 낮추려고 인터넷 찾아보고 직거래도 하고 경동시장 가서 장도 직접 보지만 인건비 오르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460원(5.0%) 높은 금액이다.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시급은 1만1544원이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201만580원이다. 최근 5년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인상률 16.4%),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9%), 작년 8720원(1.5%), 올해 9160원(5.1%)이다.

한 편의점에서 점주가 상품을 계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편의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중구에서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에 따라 인건비 부담도 동시에 커진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5% 올라 9600원대면 1시간에 거의 한 10만원 정도 팔아야 그 인건비와 임대료가 나온다"며 "이제 가족끼리 하는 것 아니면 알바 고용해서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 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B씨는 "편의점 같은 경우는 인건비와 임대료 싸움"이라며 "여기 같은 경우에는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주말에만 알바를 쓰고도 거의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최소로 줄여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현재 평일과 주말 아르바이트생으로 6명을 고용한 A씨는 "안 그래도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 같은 것까지 주면은 꽤 많은 비용 든다"며 "이제 주말에는 더 일하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말 아르바이트생 2명만 고용한 B씨는 "평일에는 남편과 번갈아 가며 일하고 보통 하루에 13시간 정도 일한다"며 "이렇게 하지 않고 알바를 돌리면 진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충무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2019년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 없이 홀로 카페를 운영한다. C씨는 "예전에는 4명 정도 같이 일했었는데 최저임금이 급작스럽게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으로 혼자 일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주휴수당과도 연결이 되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앞으로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닭한마리 가게를 운영하는 양란모씨는 "요즘 자영업 쪽에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오프에 있는 매장들은 10% 이상 폐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며 "코로나 때 폐업한 것보다 더 큰 파장이 올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도 "이제 문 닫는 점포들이 많아질 것 같다"며 "점포 문을 닫으면 알바생도 그만두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28일 7차 최저임금위가 열리는 정부 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 촉구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이미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에 이어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로 삼중고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근근이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낸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했다.

같은 날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편의점 절반이 장시간의 노동에도 불구하고 한 푼도 벌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을과 을의 갈등을 유발하고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떨어진 편의점 점주를 범법자로 내모는 결정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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