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스트레스'·'추가 근무해야'…주4일 근무제 쟁점 3가지[찐비트]

[주4일 근무시대⑦]
생산성 해석·직종별 차이·실업 증가 등 리스크 있어
도입 방식 따라 직원 웰빙 등 목표 달성 못할 수도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직장인에게 주 4일 근무제는 그야말로 ‘꿈의 근무환경’일까. 근무 일수가 일주일에 하루 줄어들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부분을 놓치면 그 꿈을 깨는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듯 제도의 도입이 오히려 직원들의 웰빙이나 기업의 생산성, 고용 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위해서는 여러 실험을 통해 구성원들이 함께 쟁점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 쟁점1. 생산성 유지, 어디까지 가능한가

첫번째 쟁점은 바로 생산성 문제다. 기업들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생산성 유지다. 기업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여도 업무 양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자 한다. 지난 4월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기사에서 미국 애리조나대의 올리버 쉴케 경영조직 교수는 "비용 측면에서 보면 근무 시간을 줄이려면 더 짧은 시간 안에 같은 양의 업무를 해야한다는 압박이 생긴다"면서 "이로 인해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상당히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헬렌 딜라니 오클랜드대 선임 강사와 캐서린 케이시 러프버러대 교수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2018년 네덜란드의 한 중소기업에서 실시한 주 4일 근무제를 분석한 결과 직원들이 휴식 시간을 더 짧게 갖고 직원들 간의 대화하는 티타임을 덜 했으며 급하게 업무를 하러 뛰어가는 식의 모습을 보였다. 딜라니 강사와 케이시 교수는 이 연구에서 일부 직원들은 주 4일이라는 기간에 업무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을 즐겼지만 일부는 고강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압박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인터뷰한 한 남직원은 점심시간에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겨 주 5일 근무제를 더 선호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직원들 입장에서는 웰빙을 위해 도입하려는 주 4일 근무제가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조직 심리학자인 엠마 러셀 서식스대 선임 강사 등은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에 지난달 기고한 글을 통해 "근무일 감소가 반드시 직원들의 웰빙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4일 근무제의 성공사례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재팬의 실험 성공 사례 홍보가 대부분 생산성이 어떻게 증가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고용주들이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에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려면 웰빙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쟁점2. 직종마다 차이 있나…"추가근무 할 수도"

직종이나 산업군에 따라 주 4일 근무제 적용이 어려운 곳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거친 주 4일 근무제 도입 실험을 두고도 기업이나 학계 등에서 해석이 엇갈린다.

영국 채용대행업체 리드는 지난해 7월 블로그 글을 통해 주 4일 근무제의 단점 중 하나로 직종 간의 차이를 언급했다. 리드는 "일부 산업이나 직업은 주 7일 24시간 돌아가는 형태가 있어 이 경우 근무시간 단축이 실용적이지 못하고 일부는 업무가 지연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시로 영국의 노샘프턴셔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이미 병원이 만성적으로 직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교대 시기가 더 자주 돌아와 현실적으로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오히려 간호사와 같은 현장 근로자에게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유리하다는 해석도 있다. 현장직의 경우 퇴근 후에는 업무가 불가능하지만 사무직의 경우 재택으로도 업무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퇴근을 해도 사실상 일을 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 카펠리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교수는 뉴스위크에 "원격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일에 적합하다"면서 "진짜 문제는 주 4일 근무제가 곧 그 주의 다섯번째 근무일은 재택근무로 실시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쟁점3. 비용 상승에 따른 실직 확대 우려

주 4일 근무제 도입 과정에서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바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실직이다. 임금이 동일한 상황에서 직원 1인당 근무 시간이 줄면 그만큼 시간당 인건비는 올라가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 7일 24시간 작업이 돌아가는 작업장의 경우 주 4일 근무제 도입으로 인력을 확충해야한다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근무 시간 단축에 따라 임금이 축소되는 방식의 주 4일 근무제라면 사실상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프랑스가 1998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주 근무 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했지만 10%에 가까웠던 실업률은 그대로 유지됐고 직원들의 근로시간은 오히려 40시간에 가까웠으며, 시간제 계약직 근로자만 대거 양산됐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의견이 소득군에 따라 달라져 자칫 ‘중산층 만의 이슈’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탈리아 밀라노 보코니대의 티토 보에리 경제학 교수는 지난 3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정부 개입을 통해 중앙집중식으로 도입하는 경우에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실업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저소득자들의 경우 더 적게 일하고 소득이 줄어드는 것보다 차라리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이 버는 쪽을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조직문화, 인사제도와 같은 기업 경영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외신과 해외 주요 기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신선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시각을 전달드리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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