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완기자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부산 등 국내 주요 특급호텔들이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나서, 휴가철을 앞둔 시민들 사이에서 한숨이 나오고 있다. 숙박비 부담 등으로 사실상 집에만 내내 머물며 쉬는 휴가인 '홈캉스'를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는 말도 나온다.
20일 부산지역 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완화하면서,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린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부산 등 국내 주요 호텔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하룻밤 호텔 숙박비가 100만원을 넘기는 사례도 나왔다.
해운대·기장 등 부산 해안가에 위치한 특급호텔들의 7월 성수기 최저가 바다 전망 객실의 비용은 하룻밤에 평균 80만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에 있는 각종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를 포함하면 100만원을 웃도는 금액이 책정된다.
호텔 가격이 인상되면서, 관광객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코로나도 좀 풀리고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숙박비가) 너무 부담된다"면서 "홈캉스나 가까운 동네 호텔에서 호캉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 휴가 때 여행을 계획하던 직장인 김모씨(30)는 "거리두기가 풀려서 올여름은 여행 좀 가보나 했더니 올여름도 '홈캉스'하게 생겼다"며 "객실 비용이 부담스러워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이 같은 푸념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 상승률과도 관계가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5월 기준으로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경제고통지수'는 8.4를 기록해 2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 실업률은 3.0%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으며,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는 물가 상승률 대비 과도하게 객실 가격을 인상할 경우 적절한 행정지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민의 휴가는 정신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일이기도 하고, 특히 가격에 관해선 물가 상승을 이유로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을 그냥 두는 것이 답은 아니다"라며 "평년 대비 물가 상승률을 뛰어서 과도한 가격 인상을 한 경우 협조 공문 정도의 행정지도만 하더라도 약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