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송현도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최근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를 잡기 힘든 '택시 대란'이 심화하면서 시민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풀린 뒤 폭증하는 택시 수요를 업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택시 호출량은 3배 이상 늘었지만, 택시기사 수는 오히려 8% 넘게 줄었다. 택시 업계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박봉, 긴 노동 시간 등 힘든 업무 환경으로 인해 꾸준히 인력 감소를 겪어 왔다.
택시 대란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택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추월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던 지난 4월 국내 택시 호출량은 2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 무려 312% 폭증했다. 반면 택시기사 수는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줄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택시조합) 통계에 따르면, 전국 개인·법인 택시기사 수는 지난 2월 기준 23만9434명으로, 2년 전(26만1634명)에 비해 8.4% 감소했다.
승객에 비해 시내에서 운행 중인 택시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 보니, 일부 시민들은 '웃돈'을 부담하고 고급 택시를 부르는 고육지책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 유모씨(25)는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택시가 안 잡혀서 할 수 없이 2~3배 더 비싼 고급 택시를 불렀다"라며 "교통비 부담이 보통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모씨(28)도 "요즘 택시는 엄두도 못 내고, 불편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따릉이'를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수 감소의 원인은 지난 2년간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택시 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의 야간 운영 제한·집합금지 조처 등으로 국내 이동량이 줄면서 택시 수요도 감소했고, 이에 따라 일부 택시기사들은 택배·음식 배달 등 다른 업종으로 이탈했다.
택시 업계 내 신규 인력이 원활히 유입되지 않고, 기존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 또한 문제로 손꼽힌다. 사실 택시기사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택시조합 자료를 보면, 전국 택시기사 수는 지난 2009년 30만1103명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했다. 10년 뒤인 2019년에는 26만7189명으로 3만명 이상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기사 인력은 계속 감소해 온 것이다.
과거에도 택시 업계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기사들의 이직희망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서울노동권인센터가 서울 내 법인 택시기사 7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5.2%는 "이직을 원한다"라고 답변했다. 택시기사의 이직 희망 이유는 "낮은 임금(95%)", "장시간 노동(77.5%)" 등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년 동안 거리두기 제한으로 운송수입이 악화됐고, 올해는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등 유가 급등으로 인해 택시 업계 업황은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더 많은 택시기사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모빌리티 플랫폼 등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를 시장에 유입시켜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여 등 직업 자체의 매력도가 떨어져서 젊은 신규 노동자가 유입되지 않아 (택시 업계) 인력난이 심화되는 것"이라며 "플랫폼을 이용한 공유 운수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우버' 같은 운수업 플랫폼을 허가하면 (택시기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국의 경우 별도의 자격을 가진 전문 택시기사가 아니어도, 일반인이 우버를 통해 투잡을 뛰는 것이 보편적일 정도로 공유 운수업이 활성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