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기자
2020년 9월18일 저녁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생후 약 한 달된 아이가 모유수유 직후 코피를 흘리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친모 이모씨(39·여)의 신고로 119 구급대가 10여분 만에 출동했다. 아이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도 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이씨가 모유수유 중 아이를 끌어안아 고의로 숨을 못 쉬게 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이씨는 아이가 사망한 당일 긴급체포됐고, 3개월가량 구치소에 갇혀 있기도 했다. 검찰은 그를 '살인' 혐의로 재판을 넘겼고, 이후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다음은 이씨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 일부다.
<b style="font-style: inherit;">문 : 당시 피해자가 미워서 순간적으로 아이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에 숨을 못 쉬게 하려고 젖꼭지를 피해자의 코에 넣은 것인가요.
1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폭행)로 피해자가 다발성 장기부전에 따른 사망에 이르렀다"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폭행의 고의를 넘어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남편이 곧 집에 도착할 예정이고, 다른 아이 두명도 안방에 함께 있는 상황이었다"며 "피고인이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피해자를 일정 시간 동안 끌어안았을 수는 있지만, 이를 넘어 자신의 피해자를 죽일 생각이었다거나 그 사망의 결과를 용인했다고 보는 것은 경험칙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다"며 "평소에 자식들을 학대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산후우울증 등 영향에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남편이 선처를 간곡히 탄원하는 점, 책임을 지고 양육해야 할 어린 자녀들이 남아 있는 점 등도 참작했다.
검사와 이씨 양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3층의 한 법정에서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이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이씨의 변호인은 "한 달된 아이를 잃은 엄마가 산후조리도 전혀 안 된 상태에서 3개월간 구치소에 구속되고, 고의로 살해한 혐의까지 적용돼 재판 중인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지적장애를 겪고 있어,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한 채 당시 어눌한 말투와 태도로 검찰 조사를 받고 진위에 어긋나는 진술을 해 살인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고의로 살해하거나 학대하지 않았다. 살인 또는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아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씨도 최후진술을 통해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아직도 눈을 감으면 아이가 계속 생각난다"며 "죽이려는 생각도 없었다"고 울먹였다. 그는 "첫째, 둘째와 열심히 잘 지내고 있고, 앞으로 두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며 살겠다"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기일은 내달 23일이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