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영국 정부의 기밀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이 현재까지 3만명 이상의 병력을 잃어 피해가 확대되면서 내부적으로 붕괴될 위험성까지 제기됐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돈바스 공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간) 영국 매체인 미러는 영국 정부의 고위분석가가 작성한 러시아 침공 비밀 분석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현재까지 약 3만350명 이상의 병력을 잃은 것으로 파악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병력 손실 규모가 우크라이나에서 작은 승리를 거두기 위해 지불할 만한 대가라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한 15만명 가량의 병력 중 20% 이상을 상실한 셈이 된다.
보고서는 "러시아군은 돈바스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하루 1~2㎞를 진격하고 있다"며 "2022년이 아닌 1945년을 연상시키는 소모적인 보병 공격을 반복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2차 대전당시 소련과의 전투에서 소모전을 벌이다가 참패한 나치 독일군에 빗댄 표현으로 분석된다.
해당 보고서는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 러시아 대중으로부터 중대한 실패를 아주 잘 숨겼고, 체포된 여러 관리에게 책임을 돌렸다"며 "러시아 국민은 최근까지 푸틴의 허위 정보를 믿었지만, 크렘린궁 내부에선 푸틴과 측근에게 일이 잘못되고 있고 어쩌면 재앙 수준으로 번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러시아군의 피해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러시아군 전체의 공세가 무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국방부도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 최신 정보 보고를 통해 러시아군이 경험 많은 지휘관 부족, 사기 저하, 국지적 반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중·하급 장교들 사이에서 큰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능한 소대와 중대 지휘관 부족은 사기 저하와 열악한 규율 유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 최근 추산에 따르면 전쟁 이후 러시아 군인 약 3만350명이 사망했고, 전투기 207대와 헬리콥터 174대, 탱크 1349대, 보트 13척 등 러시아 군용 차량 수천 대가 파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러시아 분석가 브루스 존스는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더 이상 손실을 견딜 수 없는 지점이 올 것"이라며 "그 지점에서 군대는 전투 능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군에서 이런 일은 종종 있었고, 현재도 소규모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