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민기자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상가 세입자 A씨는 최근 건물주로부터 갑자기 해당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간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세 계약 끝나는 날이 아직 남은 데다 입지가 좋아 높은 액수의 권리금까지 내고 들어온 그는 권리금조차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처럼 건물주가 갑작스럽게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보할 경우 상가 세입자들은 큰 혼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상가 계약을 맺을 당시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재건축·리모델링 계획을 사전고지하지 않았다면 이는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권리금보호 의무 위반에 해당돼 권리금반환소송이 가능하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전 고지 없는 건물주의 재건축·리모델링 계획은 개인 사정일 뿐"이라며 "해당 사유로 신규 세입자를 받지 않는다면 기존 세입자는 건물주를 상대로 회수기회를 놓친 권리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배상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송이 진행될 경우 통상 해당 권리금은 감정을 통해 산정된다.
반면 건물주가 사전에 재건축·리모델링 계획을 알렸다면 권리금은 보호받기 어렵다. 상가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세입자)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건물주는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갑작스러운 재건축·리모델링 통보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해당 건물이 노후화됐거나 훼손·일부 멸실 등에 의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세입자의 갱신요구권 거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된다. 이 경우 권리금 보호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또 국가에서 진행하는 재개발 등 도시정비 사업에 의해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 건물주는 계약갱신 요구는 물론 권리금 보호 의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엄 변호사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재개발 사업은 시·군·구 등에서 휴업 보상금, 이전비 등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세입자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