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장기화·中봉쇄에 금값된 철값…산업계 전방위 압박

서울 강서구 자원개발업체에 고철이 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철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금(金)값이 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중국의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철강업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고철 사용량을 늘리면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제조업계의 기초 원자재인 철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기업들의 비용 압박도 전방위로 커지고 있는 상태다.

16일 산업자원통상부 등에 따르면 국내 철스크랩(고철) 도매 가격은 현재 t당 73만5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4월말 44만원 대비 29만5000원(약 67%)이 비싸졌다.

철스크랩은 쇳물 생산을 위한 기초 원료다. 이를 활용해 철근, 후판, 냉연강판 등에 활용돼 산업 활동 전반에 쓰인다. 철스크랩 등 철강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산업계 전반에 비용 부담을 안기고 이익 훼손에 대한 우려도 키우고 있다.

철강재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에 따른 영향이 크다. 철강 산업이 발달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마리우폴에 위치한 아조브스탈 제철소는 유럽 최대의 제철 공장 중 하나다.

유럽연합(EU)는 러시아산 고철에 부과하는 관세를 오는 7월까지 기존보다 3배 높이기로 했다. 러시아도 최근 ‘비우호국·단체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발표하고 원자재 수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고철은 국내 수입물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업계는 연간 고철 공급량이 통상 2000만t 정도인데 올해 수요가 2500만t으로 늘어나 가격이 더욱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조치로 인한 악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제철용 원료탄과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철강사들은 원가부담을 제품 가격에 빠르게 전가했지만 급격한 상승 압력에 따른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후판, 철근, 컬러강판 등 다른 기업들과의 가격 협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후판·강판 등의 철강재를 많이 쓰는 조선·자동차·건설 등 업계는 비용 부담에 직면했다. 특히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수주 행진을 이어가는 조선사들은 좌불안석이다. 선박을 수주한 뒤 실제 건조에 이르기까지 2년 반가량이 소요되는데 앞으로 건조되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철강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도 더 커질 수 밖에 없어서다.

조선업계 관계자 "LNG(액화천연가스)선 등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가 줄을 잇고 있지만 철강재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서 수익성 개선도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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