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저원가성 예금 감소…금리인상기 수신쟁탈전 본격화

4대 은행 요구불예금+MMDA 한달 새 8조 줄어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금리 인상이 본격화 되면서 금융권의 수신 쟁탈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그간 시중은행 호실적의 기반이 됐던 저원가성 예금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상호금융기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내세워 시중의 부동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MMDA)을 합한 저원가성 예금은 전월 대비 8조3259억원 줄어든 584조1213억원으로 집계됐다.

월급 통장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은 금리가 0.1~0.3% 수준에 불과해 시중은행에겐 ‘핵심예금’으로 불린다. 낮은 원가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순이자마진(NIM)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에도 이같은 저원가성 예금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이에 따라 자산시장 부진이 이어지자 시장의 부동자금이 저원가성 예금으로 몰렸다.

최근 자산시장의 부진과 수신 금리 인상에도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계절성 자금 수요 때문이다. 가계에선 이사철이 본격화되며 관련한 자금 수요가 늘고 있고, 기업들 역시 신규 투자 등을 위한 자금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상호금융기관과의 수신 유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도 주된 원인이다. 토스뱅크가 지난해 내놓은 연 2%대 금리의 파킹통장은 출시 6개월만에 시중자금 17조원을 끌어들였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저원가성 수신 비중이 지난 1분기 기준 59.7%에 달해 시중은행(약 42~52%)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엔 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과 같은 상호금융기관으로도 시중 부동자금이 쏠리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각 기관이 경쟁적으로 고금리 특판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금융권의 지난 2월 말 수신 잔액은 430조983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조6734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도 대응책을 부심 중이다. 이성욱 우리금융그룹 부사장은 지난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금리가 상승하면 핵심적인 저원가성 예금의 증가세가 조금 더 주춤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이같은 저원가성 예금을 두고 쟁탈전이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국내에서도 자산 시장 부진, 추가 금리 인상 등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수신금리를 적극 인상하며 시중은행의 추격전을 따돌리려 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수신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인상하자 이들 역시 인상 대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주 자유적금·정기예금 금리를 0.10~0.40%포인트 인상했다.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 기본금리도 0.10%포인트 인상한 연 1.20%를 적용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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