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도 반도체 닥공

이달에만 개인들 삼성전자 2兆 쏟아부어
'반도체 바닥론' 힘 실으며 美·대만업체 집중 매수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ETF 이달 5063억원 순매수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반도체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애정’이 해외 주식시장에도 재연되고 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만 2조원 넘게 사들인 개미들은 반도체 ‘바닥론’에 힘을 실으며 미국과 대만 등 주요 반도체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14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시스템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 모은 주식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ETF(SOXL)였다. 이 ETF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상승에 베팅해 3배의 수익률을 추가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은 10여일동안 해당 ETF를 5063억원어치 샀다. 주요 반도체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이달 들어 9%가량 떨어지자 지수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유입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서학개미의 장바구니에 담긴 종목을 보면 상위 10종목 중 4종목이 주요 반도체 기업이었다. 미국 반도체 유망종목을 일컫는 ‘MANGO(마블테크놀로지그룹, AND, 엔비디아, 글로벌 파운드리, 온 세미컨덕터)’ 종목도 대거 사들였다. 반도체 설계기업인 엔비디아와 AMD를 각각 1412억원, 515억원어치 샀고 전력 반도체 생산 기업인 온 세미컨덕터도 270억원 규모로 담았다. 이외에 아이쉐어 반도체 ETF(270억원)와 반도체 생산기업인 TSMC(123억원) 등도 유의미한 규모로 순매수했다.

최근 반도체주는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우 이달 들어 18% 급락했고, AMD는 10% 떨어졌다. 국내 주식시장서 삼성전자 주가의 추이만 보더라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바닥을 향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들어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국채 금리 급등을 끌어내자 투자 심리가 둔화된 것이다. 물가 인상이 장기화되면서 전방 수요가 둔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여기에 중국 로컬 스마트폰 출하량이 월별로 약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코로나 제로’를 위한 주요 도시의 봉새 조치에 나서자 대만의 주요 반도체 기업(TSMC -2.6%)들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규모는 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당분간은 주가 약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싣린다.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이란 호재에도 하반기 IT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대외 변수를 주가에 더 크게 반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 선반영을 고려했을 때 하반기까지 추가적인 내림세를 보이진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황성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이는 고객사들이 수요 둔화를 고려, 주문을 줄일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며 "경기 둔화가 우려되긴 하지만 서버 수요는 데이터 소비에 연동되고, 데이터 소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버 수요가 크게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시장에서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아이온큐(381억원),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312억원), 트위터(238억원) 등도 사들였다. 리비안의 경우 공급망 붕괴로 생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전망에 이달 들어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하자 저가 매수를 기대한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트위터의 경우 전기차 기업 CEO인 일론 머스크가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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