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결선서 맞붙는 佛마크롱-르펜…'초박빙' 운명의 2주 보낸다(종합)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진행된 10일(현지시간) 득표율 1위를 기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사진)이 파리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임이라는 꿈이 ‘도전자’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약진에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유럽의 단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사상 첫 프랑스 극우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 커지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10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이들은 결선이 치러질 오는 24일까지 운명의 2주를 보내게 됐다.

10일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97% 개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은 27.6%, 르펜 후보는 23.4% 득표율로 1, 2위를 차지해 이달 24일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을 두고 결선을 치른다.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가 22.0%의 득표율로 3위, 한때 르펜 후보의 대항마로 여겨졌던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가 7.1% 득표율로 4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예상 외의 선전을 한 멜랑숑 후보는 르펜 후보를 뽑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했다. 극우 진영의 표심을 일부 가져간 제무르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도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했다. 제무르 후보는 르펜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운명의 2주…결선은 초박빙 승부 예상

2주 뒤 치러질 결선은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입소스가 발표한 결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54%, 르펜 후보는 46%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의 결선 득표율 전망치 격차가 2%포인트까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다소 격차가 다시 벌어진 것으로 보여지지만 유동층의 비율이 전체 유권자의 10%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2주간의 표심 변화가 대선 국면을 흔들 가능성이 남아있다. 2017년 대선 결선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66.1%의 득표율을 기록해 르펜 대표(33.9%)를 크게 앞섰다.

르펜 후보의 뒷심은 무서울 정도다. 5년 전만 해도 극우파의 핵심 정책인 반이민 정책을 펼치며 반이슬람 발언을 쏟아냈던 그는 이번 대선 유세에서 히잡을 쓴 10대와 웃으며 사진을 찍는 등 극우의 색을 뺀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일간 가디언은 "노란조끼 운동 등에 부딪힌 마크롱 대통령을 분열적인 존재로, 자신을 통합을 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 포지셔닝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대선 득표율 2위인 ‘도전자’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는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파리 선거캠프에서 발언한 뒤 밝게 웃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지지자들 앞에 나와 "아직 그 어떠한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실수를 만들지 말라. 향후 2주간 치러질 이 경합은 우리나라와 유럽에 매우 중요할 것"이라면서 지지를 당부했다. 르펜 후보는 "오늘 마크롱을 선택하지 않은 모든 사람은 이 움직임에 동참해달라"면서 "나는 좌파든, 우파든, 그 무엇이든 이 위대한 국가·대중적인 움직임에 동참하는 프랑스인들이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첫 극우·女대통령 나올까…시장은 혼란

오는 24일 결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승리하면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올해로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르펜 후보가 설욕전에 성공한다면 그는 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 극우 대통령이 된다.

프랑스 대선 결과는 유럽의 정치 지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주요 회원국으로 유럽의 통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반해 민족주의 성향의 르펜 후보는 종종 EU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유로 회의론자였다. 르펜 후보가 당선되면 EU 내에서 프랑스의 정책은 후퇴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르펜 후보가 막판 뒷심을 발휘해 역전에 성공한다면 시장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친기업·친시장주의자인 마크롱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주 르펜 후보가 마크롱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도 지난 6일 0.53%포인트까지 확대돼 2020년 4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프랑스 대선을 둘러싼 우려로 프랑스 국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표는 2017년 프랑스 대선 당시에도 르펜 후보의 선전에 0.8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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