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서울 여의도에 사는 직장인 마상식씨(29·가명)는 생애 첫 차로 조만간 중고차를 계약할 예정이다. 주말마다 틈틈이 인천과 수원에 위치한 매매단지로 발품을 팔고 온라인과 모바일로 꼼꼼히 검색한 뒤 그랜저를 비롯해 후보군을 추렸다. 마씨는 "그 동안 허위매물 등 중고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컸지만 과거에 비해 믿을 만해진 것 같다"면서 "대출이 있어 추가로 큰 돈을 쓸 여력이 없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소비자 3명 가운데 2명 정도는 생애 처음 구매하는 차로 신차보다는 중고차를 선호한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커 대표적인 레몬시장으로 꼽혔던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이 허용되면서 고질적인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인식한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 현대차·기아가 차량관리 노하우나 정비 인프라 등을 활용한 인증 중고차사업을 한창 준비 중인 가운데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 해외처럼 시장규모가 급격하게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현대글로비스가 운영하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오토벨이 방문자 11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4%가 첫 차로 중고차를 선택했다. 절반 가량인 53%는 운전이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신차보다 중고차를 선호했다. 계획했던 차량 구매 비용 내 구입할 수 있어서라는 응답자는 35%로 신차 대비 가격 메리트가 높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수급난이 심각해지면서 차량 계약 후 길어진 대기 수령 기간 때문에 즉시 구매가 가능한 중고차를 택한 응답자는 12%를 기록했다. 실제 일부 모델 신차는 계약 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등 수요 병목현상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고차 구매방법으로는 직접 매매단지에 가서 산다는 답변이 42%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답변도 39%도 비슷했다. 값비싼 재화인 만큼 직접 가서 살펴보고 고르는 게 과거 일반적인 패턴이었으나 이커머스 소비 트렌드가 중고차 시장에서도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량 검사항목이나 첨단 IT기술 적용범위를 늘린 데다 배송서비스·환불제도 등 다양한 판촉활동을 곁들인 결과다. 현대차·기아 역시 중고차 사업을 애플리케이션(앱) 등 모바일채널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
중고차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는 허위매물이나 알려준 정보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한 이가 58%로 가장 많았다. 허위·미끼매물은 국내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부분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 유형을 집계한 결과 80%가 성능점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가 적어 시장이 성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중고차시장은 신차 대비 1.4배(2019년 기준) 수준으로 미국(2.4배)이나 독일(2배) 등 주요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절대 규모는 물론, 상대적으로도 작은 편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자사 플랫폼 오토벨에서 허위매물을 판매하다 한번이라도 적발되면 즉시 퇴출해 회원자격을 영구히 주지 않는 허위매물 원아웃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시장 신뢰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첫 중고차 거래 시 경험했던 좋지 않은 기억이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긍정적 경험을 제공해 중고차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