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경기남부청-'신중모드' 서울청… 정권수사 온도차

경기남부청, 김혜경씨 의혹 압수수색-노정희 수사·은수미 소환
서울청, 김정숙 여사 옷값 고발장 3개… 조사 일정 아직 못 잡아
양측 수장 차기 경찰청장 유력후보… 관계자 "결과로 말할 것"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공병선 기자, 오규민 기자] 정권을 향한 경찰 수사가 본막을 올렸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신호탄을 쐈다. 같은 시간 경기남부청 청내에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사건에 대한 고발인 조사가 진행됐다. 오후엔 은수미 성남시장을 서현도서관 부정 채용 의혹과 관련해 소환조사를 벌였다. 반면 정권 수사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경찰청은 김정숙 여사 옷값 논란과 관련해 또 한 건의 고소장을 접수하는 데 그쳤다.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양대 수장의 명암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남부청 ‘3갈래 수사’ 속도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한낱 세갈래로 나눠 현 정권을 향한 칼날을 겨눴다. 이 전 후보 배우자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4일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무려 11시간 동안 벌였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보관된 총무과와 감찰 기록이 남아있는 감사실 등에 수사관을 투입해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압수수색은 고발인 조사 이후 3주 만 진행된 것으로, 향후 김씨 소환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후보까지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이 사건 피고발인으로, 법인카드 승인권을 쥔 당시 경기도지사로서 ‘사적 유용’을 허가한 당사자가 될 수 있다.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계는 같은날 일명 ‘소쿠리 선거’로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관리 및 운영 부실 논란에 휩싸인 노 선관위원장 고발건 수사에도 본격 착수했다.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 등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노 위원장은 자진사퇴를 거부하면서 오는 6월1일 지방선거까지 자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경찰의 수사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 위원장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현직 대법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2계는 은수미 경기 성남시장도 같은 날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은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선거캠프 출신 인사를 시 산하기관에 부정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모습

서울경찰청 ‘고발장 3개’ 잔걸음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계는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에 대한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날 오전까지 모두 이 사건과 관련한 3개 고발장을 접수했으나, 아직 고발인 조사 일정 조율 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혹은 청와대 특별활동비에 김 여사가 해외 순방 등에서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 구입 비용이 포함됐을 것이란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정상규)가 2018년 7월 정보 비공개를 결정한 처분을 취소하고 일부 정보를 납세자연맹에 공개하도록 판결한 데 청와대가 항소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김 여사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서울청에 지난달 25일 고발하면서 불이 붙었다.

청와대는 시민단체 고발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특활비 비공개 방침을 재차 강조하면서, 김 여사가 사비로 옷과 악세사리를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시민단체는 이 청와대 발표 이후인 같은 달 28일 김 여사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방해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김 여사가 고발 이후 옷과 악세사리 등을 사비로 구입한 것으로 말을 바꿔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취지다. 이 단체는 지난 3일 이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 단골 디자이너 양해일 해일대표, 김해자 누비공방 대표, 전태수 JS슈즈디자인연구소 대표 등을 청탁금지법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옷 등을 김 여사에게 공급할 당시 10만원 이상의 현금을 받으면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 소득세법을 위법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진정서를 제출하며 수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계는 아직 고발장 검토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 자료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명암 엇갈리는 최승렬·최관호 청장

경기남부청과 서울경찰청의 수장은 차기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승렬 경기남부청장과 최관호 서울청장은 둘 다 치안정감 계급으로 잠재적 경찰청장 후보로 불린다. 모두 간부후보생 출신이란 공통분모도 이 둘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13만 경찰의 수장인 김창룡 경찰청장은 오는 7월 임기가 끝난다.

경기남부청과 서울청은 대선 이전부터 여야 대선 후보에 대한 각종 고발·고소 사건을 도맡아 경찰내부는 물론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선 운동기간 선거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수사를 미뤄왔으나, 대선 이후 엇갈린 수사 속에 명암이 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대선이 끝난 상황에서 관련 수사로 정치권에서도 왈가불가하지 못할 것"이라며 "경기남부청과 서울청 모두 수사 결과로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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