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짜장라면만 종류가 몇 개야. 다 사서 맛볼까?"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팝업스토어 ‘88라면스테이지’ 매장 안팎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매장 안은 마치 거대한 ‘라면 도서관’ 같았다. 천장 가까이 솟은 책장 같은 ‘라면장’에는 빨간색부터 시작해 봉지라면이 무지개색으로 전시돼 있었다. 라면이 빼곡하게 채워진 책장 앞은 고객들의 ‘포토존’이 됐다. 사진을 찍은 이들은 이내 몇 가지 라면을 골라 계산한 후 빠져나갔다.
이곳 88라면스테이지를 통해 판매된 라면은 지난 1월 매장 오픈 후 3개월 만에 15만개를 넘어섰다. 현대백화점이 기획 단계에서 잡은 3개월 목표 수량을 두 배 웃도는 수치다.
집집마다 라면 몇 봉지는 구비해둔 데다, 집 앞 편의점부터 대형마트까지 라면이 없는 곳은 없는데도 이 같은 흥행에 성공한 비결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열광할 만한 ‘인증샷 잘 나오는 스팟’으로 입소문이 난 데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주 보이니 ‘나도 사진 한 번 찍어볼까’ 하고 들렀다가, 서너 개씩 집어와도 가격 부담이 덜한 품목인 라면에 절로 손이 간 것이다. 라면 가격은 종류마다 다르지만 1000원에서 1700원 사이다.
더현대 서울은 이곳에 국내 라면 150종, 해외 라면 40종, 지역 라면 10종 등 200여종의 라면을 비치했다. 국내 라면을 국물라면, 볶음·비빔면, 채식라면 등으로 분류해 선보였고, 해외 라면도 종류별로 전시했다. 일본 봉지라면은 지역별 특색을 살려 규슈 소유라멘, 하코다테 시오라멘, 삿포로 미소라멘 등을 진열했고, 베트남 인스턴트 누들도 맛별로 배치했다. ‘심화 버전’도 준비됐다. 불닭볶음면과 ‘소곱새(소고기·곱창·새우)’를 컬래버한 밀키트를 판매했고, 라면의 맛을 끌어올려줄 플레이크, 파기름, 단무지 등도 함께 진열했다.
라면 외 볼거리도 다양했다. 매장 한편에는 ‘굿즈존’을 마련, 분식집에서 쓰는 초록색 식기류, 라면이 제일 맛있게 끓는다는 양은냄비, 안경을 끼고 라면을 먹는 사람을 위한 김서림 방지 클리너, 봉지라면째로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뽀글이’용 빨래집게, 타이머 등도 판매했다. 라면을 고르는 고객들의 고민을 줄여주기 위해 백화점에서 엄선한 라면 묶음도 팔았다.
라면을 모티브로 한 디저트도 판매했다. 단호박 앙금으로 노란색 면발을 만들어 얹고 단팥과 떡을 올린 ‘짜장면 케이크’, 라즈베리 요거트와 그래놀라 위에 라면 앙금을 얹은 ‘그래놀라&라즈베리요거트’ 등이 준비돼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디저트류는 주말에는 서두르지 않으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이곳은 ‘라면의 성지’로 거듭나면서 신제품 홍보요청, 무상 물량지원 등도 몰리는 곳이 됐다. 더현대 관계자는 "인기에 힘입어 이달 31일 종료 예정이었던 88라면스테이지 영업을 한 달 더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