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내전 상황을 세계에 알렸던 리투아니아 영화감독 만타스 크베다라비시우스(46)가 2일(현지시간)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러시아 점령군이 마리우폴을 떠나며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리스(2016)'의 제작자인 크베다라피시우스를 죽였다"고 전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도 "우리는 리투아니아는 물론 세계에서 유명한 창작자를 잃었다"며 "그는 최후의 순간에도 위험을 불사하고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영화제 아트독페스트(Artdocfest)의 창설자인 러시아 영화 감독 비탈리 만스키 또한 SNS에 "크베다라비시우스가 손에 카메라를 든 채 더러운 악의 전쟁에서 살해당했다"고 적으며 애도했다.
리투아니아 비르치아에서 태어난 크베다라비시우스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에서 부교수로 활동했다. 첫 다큐멘터리 영화는 '바르자크(2011)'다. 석사 논문에서 다뤘던 체첸에서의 전쟁과 테러를 현장 취재와 인터뷰로 구체화해 보여준다. 테러리즘 타도를 명목으로 납치돼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남자의 가족을 조명하는 내용이다. 2011년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에큐메니칼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당시 크베다라비시우스는 국내 관객을 만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했다"면서도 "그들을 위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 반군이 내전을 벌인 마리우폴의 상황을 카메라에 담아 2016년 '마리우폴리스'를 발표했다. 또 한 번 마리우폴를 찾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취재했으나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