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기자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전 금융권에 시행 중인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폐지·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 측에서 줄곧 비판해 온 정책인데다, 금융당국에 법적근거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작업도 진행한 것으로 파악돼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후보시절 금융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는 시행 중인 총량규제 목표율의 산정근거, 이유, 권고하는 근거법령, 은행에 보낸 공문 등을 묻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당국은 현재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하고 있다. 올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지난해(6%대)보다 강화된 4~5% 선이다. 지난해 말에는 총량규제로 인해 다수 은행에서 대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근거법령이 없고 권고 차원의 제도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총량관리는 시스템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사의 자발적 협조를 구하는 일종의 ‘도덕적 권유(moral suasion)’"라면서 "금융위가 (은행에) 송부한 공문은 없다"고 대답했다. 금감원도 "총량관리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자발적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캠프에 총량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금융위 금융정책과는 "급속한 신용팽창기에는 개별 금융사의 적정한 대출취급도 전체적으로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자발적 협조를 구하는 게 필요하고, 본연의 역할이다"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은행감독국도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누적될 경우 거시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가계부채가 향후 우리 경제에 부담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캠프 내부에서는 자의적인 금융규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금융당국이 최소한의 법적 근거나 규정도 갖추지 않고 원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관행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금융지주도 코스피 상장기업인데 계열사의 영업방침과 매출 최고액을 권고라는 이름으로 금융당국이 사실상 결정한다"며 "해당 제도가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대출완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총량규제 손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나 신혼부부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늘려주겠다고 약속했다. 1주택 실수요자의 LTV도 70%까지 완화할 방침이다.
당선인의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유세 기간 윤 당선인은 총량규제를 두고 "전형적인 문재인표 무대포 이념형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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