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수입품 뜯어가며…항공컨테이너 국산화' 中企 '써브' 성공스토리

항공기 화물실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컨테이너 개발
"버려진 수입 부품 구해 뜯어가며 연구해"
국토부 형식승인 앞둬 美연방항공청 인증도 예정

9년 간의 개발 끝에 항공 화물 컨테이너 국산화를 눈앞에 둔 써브 김진섭 대표가 직접 개발한 컨테이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곽민재 기자]

[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이 있는 고덕산업단지에서 서북쪽 방향 승용차로 10분가량을 달리면 나타나는 경기 평택시 청북읍 어연한산 일반산업단지. 그곳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항공용 화물 팰릿을 국산화한 항공부품 중소기업 ㈜써브(대표 김진섭)가 있다. 2020년 알루미늄 항공 팰릿을 만들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공급하고 있는 써브가 이번에는 알루미늄 항공컨테이너(AKE) 국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4일 찾은 써브 공장에는 직원들이 알루미늄 부품을 조립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은빛 알루미늄 판자 위에 가공된 부품을 쌓고 리벳(rivet·금속재료를 결합하는 데 쓰는 못)으로 체결하는 작업이 분주했다.

항공컨테이너는 항공기 화물실에 맞게 제작돼 알루미늄 등의 재료로 조립한 항공 부품이다. 승객들의 여행용 캐리어를 비롯해 부피를 차지하는 화물들이 여기에 실린다. 단순한 알루미늄 용기 같지만 항공기 롤러에 의해 비행기에 체결하는 부품 중 하나다. 무게를 충분히 견디면서도 가볍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항공컨테이너는 상단 면적(2007㎜×1534㎜), 하단 면적(1534㎜×1562㎜), 높이(1626㎜) 규격을 정확히 충족해야 한다. 항공 부품 특성상 규격이 정확히 맞지 않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부품 인증을 받기 위해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이유다.

김진섭 써브 대표는 "창업 전 팰릿 업체 현장 총괄직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컨테이너 제작에도 뛰어들었다"며 "국제 규격을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직원 15명, 연구개발 인력이 4명뿐인 중소기업이 내놓은 성과로는 놀랍다. 항공컨테이너를 포함한 단위탑재용기(ULD) 시장은 노르웨이의 노르디스크(Nordisk)와 같이 역사가 길고 규모가 큰 회사가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국내에 개발사례가 없으니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김 대표는 "수소문 끝에 국내 항공사에 납품하는 외국기업의 버려진 부품을 고물상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버려진 부품을 구입해 절단해보며 재질은 무엇인지, 사이즈·각도·두께는 어떤지 일일이 뜯어보며 연구했고, 부품을 살 수 없으면 만들어가면서 기술개발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9년 연구 끝에 완성한 써브의 항공컨테이너는 국토부의 ‘항공기 탑재장비 기술 표준품 형식승인(KTSO)’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 신청한 국토부 인증이 지난해 2월 항공안전기술원 하중테스트를 통과했고, 현재 설계승인과 생산승인 모두 마무리 단계다. 미국연방항공청(FAA) 인증도 국토부 승인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미국과 한국은 항공안전협정(BASA)을 체결해 양국 간 신뢰가 높고, 국토부 승인과 미국 FAA 승인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며 "2년 전 항공 팰릿 제품에 대한 FAA 인증을 받은 것처럼 항공컨테이너 인증도 낙관한다"고 말했다.

국산화를 앞두고 있지만 김 대표에게는 판로 개척이라는 또 하나의 장벽이 남아 있다. 국내 대형 항공사는 이미 외국업체와 거래 관계에 있기도 하고, 해외 항공사들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을 선뜻 사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석달 전 에어인천에 항공 팰릿 100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숨통이 조금 트였다. 김 대표는 "화물전용기를 도입한 제주항공으로부터 견적문의를 받는 등 점차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미국 등 해외 민간비행시장에 진출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 평택=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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