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객도, 간담회도 없는 공수처 그들만의 첫 생일잔치

1년 전 성대한 출범식과 대조
줄줄이 통신사찰 적법성 논란
잇단 반발에도 "법적문제 없다"
직접 기소 사건은 1건도 없어
구속·체포영장 발부율은 0%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거센 외풍 속 그들만의 돌잔치’

21일 오후 2시부터 과천정부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범 1주년 행사를 말한다.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 부서장과 검사 등 28명만 참석한다. 김 처장의 발언과 기념 촬영 순서로 진행된다. 취재진을 비롯한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당초 일부 언론사들만 대표로 참석해 취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기자단의 요청이 있었으나 공수처는 응하지 않았다. 방송 및 사진 촬영 역시 일절 막았다. 지난해 1월 21일 당시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 제막식을 여는 등 성대하게 진행한 출범식과 대조적이다. 최근 각종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공수처는 대부분 논란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만 반복하고 있다.

잔칫날 분위기는 사라지고 잔칫상도 초라하다. 가장 문제가 된 건 ‘통신사찰’ 논란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8~11월 사이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과 정치인, 법조인, 그리고 그들의 지지자들, 가족, 지인들, 일반 국민들의 통신기록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공수처는 그간 진행한 수사와 압수수색 과정에 대한 적법성 논란에도 휘말렸다. ‘고발사주’ 의혹에 관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준항고를 냈다. 피의자의 참여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김 의원의 준항고를 받아들여 압수수색을 취소했고 공수처는 이에 반발해 재항고했다. 대법원이 곧 최종 판단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사건도 흐름이 같다. 수사대상이 된 전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도 준항고를 냈다. 검사들은 공수처가 사건 당시 수사팀에 있지 않았던 검사들까지 수사대상으로 포함시키고 법원에 허위사실을 알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공수처는 더 많은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기소한 사건은 1건도 없다. 강제수사 때 필요한 구속·체포 영장 발부율은 0%였다. 출범 후 지난 10일까지 구속·체포 영장을 각각 2번 청구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압수수색·검증영장은 43번 청구해 33개 발부 받았고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는 37번 청구해 28개 발부받았다. 전력을 쏟았던 ‘고발사주’, ‘판사사찰 문건작성’ 의혹 수사는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조차 이어갈 수 없어 막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은 총 4건이나 모두 대선 이후에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처장은 오전 출근길에 취재들에게 "국민의 눈높이에 발맞춰서 조직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며 허리를 숙였다. 김 처장이 언론을 향해 직접 발언한 것은 지난해 6월 17일 기자간담회 이후 218일 만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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