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신수정 부문장 “골프보다 독서, 그 치명적 매력에 빠지다”

세상에는 오만가지 재미가 있다. 그중에는 단숨에 파고들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재미가 있는가 하면 흥미의 정수에 다다르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안 쳐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친 사람은 없다’고들 하는 골프가 전자라면 독서는 후자다. 독서는 의지와 노력을 기울여 다소 높은 흥미 문턱을 넘어야 하기에, ‘경험’해본 사람만이 빠져들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56·사진)은 경험자다. “골프보다 독서의 재미가 더하다”고 단언한다. 휴렛팩커드(HP), 삼성SDS, 창업을 거치면서 골프장을 멀리한지 벌써 십 수 년째, 주말마다 독서 시간을 가진 덕에 페이스북에는 독서록이 한 가득이다. 글마다 수천 개의 ‘좋아요’가 붙고, 수백 건의 공유가 이뤄진다. 유튜브 신수정TV도 운영 중이다.

그는 경제, 경영, 심리, IT, 디지털 도서를 선호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천된 책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랭킹 순으로 제목과 목차를 보고 고른다. 예스24,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 등 시중에 나온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거의 모두 이용 중이다. “보통 3시간이면 책 한권을” 뗄 정도로 속독을 하고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두기”에 전자책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속독으로 한번 읽고, 괜찮다 싶으면 재독하고, 진짜 좋은 책은 종이책으로 구매한다”고 설명한다.

책에 빠지게 된 계기는 2010년 어느 기업의 CEO(대표이사)를 맡게 되면서다. 공학도 출신으로 경영을 잘 몰랐지만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독서에 몰두해 경영서 100권을 독파했다. 그는 “획기적인 독서 경험이었다. 읽고 나니 감이 잡혔다”며 “그때부터 새로운 분야를 대할 때면 책부터 읽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한다.

물론 책을 통한 선경험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머리로 아는 지식을 이미 실행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콘텍스트를 볼 줄 알아야 하는데, 단편적인 텍스트만 보고 잘못 적용했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도 존재한다. 신 부문장은 “한때 스타트업계에서 ‘넷플릭스’(기업문화) 따라 하기 열풍이 불었다. 자유분방하고 극단적으로 솔직하고... 그걸 막무가내로 따라하다 경영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친구들이 많았다”며 “어떤 책을 선택하느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충고한다. 잘 쓰면 약이지만 못 쓰면 독이라는 것.

그의 책 ‘일의 격’(턴어라운드)은 출간 5개월 만에 벌써 2만권이 넘게 팔렸다. 일상 속 어려운 문제에 정답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해답을 제공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공자님 말씀처럼 마냥 좋은 말이 아니다. 문제마다 나름의 근거를 제시해 갈증을 해소한다. 그는 “근거 없는 말을 싫어한다. 단순히 좋은 말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심리학자들이 이미 연구해 놓은 자료가 많다. 그걸 연결 짓는 방식으로 써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에게 독서는 골프보다 우선이다. 그는 “대기업 임원들이 바쁜 건 주말에 골프를 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전략적 무능’ 기술을 소개한다. 전략적 무능이란 이른바 선택과 집중으로 잘하는 것에 몰두함을 뜻한다. 그는 주말 오전 11시면 동네 카페로 향해 오후 4시까지 독서와 글쓰기 삼매경에 빠진다. 그 내용을 매주 페이스북에 공유하는데, 친구만 2만명이 넘을 정도로 독서계에선 유명인사다.

은퇴를 몇 해 남겨두지 않았지만 지금도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주말마다 코칭 수업에 참가했는데, “기업 인사과의 젊은 친구들이 대다수인” 속에서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은퇴 후에는 마음껏 책도 쓰고 강연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게 그의 바람이다.

독서로 채운 연륜의 지혜로 젊은이에게 조언을 전해 달라 부탁했더니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축적 후 발산’. 그는 “일에 있어 성공은 직선이 아니라 (완만했다가 가팔라지는) 곡선이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다 어느 순간 발산을 하게 돼 있다”며 “고난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축적의 기회로 가져가면 어느 순간 빛을 보게 돼 있다”고 충고한다.

이어 강조한 건 삶을 대하는 태도. 삶을 ‘Gain(얻음)’이 아니라 ‘Gift(선물)’로 인식하는 게 핵심인데, 그는 “뭔가를 자꾸 얻으려고 하지 말고 주어진 것들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건 신이 주신 선물이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다”며 “무에서 유로 가면 감사가 된다. 그 순간 순간을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순간을 즐기라고 권면하고 싶다”고 전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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