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신규확진자는 연일 5~7천명대를 기록 중이고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위중증 환자도 급증해 14일 처음으로 900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하루에만 94명의 사망자가 나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 모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의료계에서는 '긴급멈춤'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임시 중단하고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 대비해 의료대응 체계를 정비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날 "일상회복을 앞두고 병상과 인력을 준비하자고 여러 번 누누이 이야기해왔지만, 정부는 준비하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일상회복을 먼저 시작해놓고 확진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니까 부랴부랴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다"며 "병상은 어떻게 마련한다 하더라도, 인력 부족 때문에 확진 환자 치료하다가 일반 환자 치료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위원장은 "백신 접종률만으로 해결될 거라는 잘못된 판단을 이제라도 인정하고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단계적 일상회복을 2주만 멈추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민간의료기관 모두가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위드 코로나19 시행 이후 확진자·위중증 환자·사망자 수 증가로 의료대응 역량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을 감안해 의료대응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보인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입원 중 위중증 환자는 906명, 신규 사망자는 94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위중증 환자 증가로 수도권 기준 병상 배정 대기자는 1480명에 달한다.
수도권 환자가 인접지역의 병상으로 이송되다 보니 비수도권의 의료대응체계도 한계에 임박했다. 충북(32병상)과 대전(28병상)의 경우 가용 병상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역시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가 늘면서 비수도권의 코로나19 위험도도 처음으로 '매우 높음' 단계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4주 연속 '매우 높음'이다.
연일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학회에서도 '긴급멈춤'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냈다.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13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의 핵심 지표로 제시한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수도권 90%에 도달하여 사실상 포화 상태"라며 "현장의 의료대응 및 방역역량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으며, 일선 의료와 방역인력은 한계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염학회는 "지금은 의료체계의 대응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멈춤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며 "긴급 멈춤을 통해 유행 증가속도를 억제하고 확진자와 중환자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파른 코로나19 확산세와 의료대응 역량을 고려해 단계적 일상회복을 잠시 멈추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아직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언급만 한 상황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3일 오전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특단의 조치' 발표 시점에 대해 "이번 주 상황을 봐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유행이 악화되고 의료체계 여력이 감소해서 위험한다고 판단되면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긴급 (일상 회복) 멈춤에 대해서는 저희도 공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단정적으로 금요일에 ('특단의 조치' 관련 발표를) 한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월~화요일에 주말의 검사 숫자와 수~목요일에 확진자 규모 및 위중 상황에 대해 평가하게 된다. 위중한 상황, 여타 사회·경제적 상황, 의료여력 등을 고려해 어떻게 확산을 막을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 고민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