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풀 '공급대란' 휘청일 때, 우직하게 달린 LG전자…글로벌 1위 눈앞

LG, 글로벌 생활가전 연간 매출 1위 가능성↑…수익성은 이미 1위
물류난에 북미 등 현지 생산체계 강화해 영향 최소화

LG 오브제컬렉션 패키지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연말을 앞두고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반도체 수급난과 물류난이 글로벌 생활가전 판도 변화 시점을 앞당겼다. 110년 역사의 미국 생활가전업체 월풀이 공급망 대란에 휘청이는 동안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생활가전 세계 1위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

LG전자의 글로벌 생활가전 1위 왕좌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부터 영업이익은 이미 월풀을 넘어섰으며 매출도 최근 수년간 격차를 좁히며 빠르게 뒤쫓아왔다. 2016년만 해도 LG전자와 월풀의 매출 격차는 7조원에 가까웠으나 2019년 이 격차는 2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LG전자의 매출이 3분기까지 월풀을 앞섰지만 4분기 중 월풀이 LG전자에 비해 1조원 이상 많은 매출을 거두면서 연간 기준으로 1위 자리를 월풀에 내어줬다.

이처럼 LG전자와 월풀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든 요소는 상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수급난과 최근 지속되고 있는 물류난이다. 짐 피터 월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와 일부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해상 화물운송 경로와 항구가 막히고 일부 부품은 항공로를 통해 옮기는 일이 여러 번 발생했으며 제품을 중국에서 유럽으로 이송할 때 해상 운송 대신 철도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LG전자는 반도체·부품 수급난과 물류난 이슈는 당장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부품 수급난으로 생산이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진 않다. 물류 문제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북미와 같은 주요 시장은 현지 생산체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을 순 있지만 현재로서는 제품 생산과 공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LG전자가 연간 매출 기준으로 월풀을 누르고 1위 왕좌에 등극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우위를 점하게 된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이미 LG전자가 따라잡은 상태다. 월풀은 중저가의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수익성은 크지 않았다. LG전자는 기술력을 앞세워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시장을 점차 확보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수요’가 증가해 공간 인테리어 가전 ‘LG 오브제컬렉션’을 비롯해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 가전이 꾸준히 인기를 끈 것이 호실적을 견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에도 LG전자가 영업이익이 1조5598억원으로 월풀(1조5300억원)을 앞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월풀이 올해 공급망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활가전 시장 자체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면서 "올해 가전업체 4분기 실적은 전 세계 공급망과 생산라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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