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 붙이고 부항 떠라'…황당 '백신 해독법' 논란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등 가짜 정보 공유
"산화 그래핀 퍼지니 자석 챙겨라" 불안감 부추겨
전문가 "부항으로 백신액 안 뽑힌다" 반박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백신 해독법' 설명글. 백신을 접종한 신체 부위에 부항을 떠 백신액을 체내 바깥으로 배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는 일부 누리꾼들이 부항, 자석 등을 통해 백신액을 체내에서 뽑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민간요법에 아무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섣부른 처방으로 인해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백신을 체내에서 빼내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누리꾼은 "백신 접종 즉시 한의원에 가서 부항을 뜨는 게 어떻겠냐"며 "어깨, 팔 위주로 피를 빼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누리꾼은 "신랑이 아직 버티는데 회사 압박으로 (백신을) 맞아야 할 것 같다"며 "하루 휴가를 준다길래 백신을 맞자마자 바로 한의원에 데리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페 회원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백신에 들어있는) 산화 그래핀이 자석에 붙으니 주변에 퍼지지 않게 큰 자석을 챙겨 가라" 등 조언을 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퍼지는 근거 없는 백신 관련 루머들이 우려를 낳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백신액을 제거하는 방법을 공유하는가 하면, 백신에 해로운 이물질이 들어있다는 가짜 정보를 퍼뜨려 불안감을 부추기기도 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양청구 홍익병원에 예방 접종을 위한 코로나19 백신이 준비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정에서 직접 부항 뜨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백신을 맞은 매제를 치료하기 위해 부항 재료를 주문했다는 A 씨는 "제가 그렇게 말렸는데 매제가 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신을 맞았다고 한다. 직접 부항을 떠줄 생각"이라며 "사혈침과 부항기 오면 바로 할 생각이다. 부항기에 미리 자석을 붙여놓고, 산화 그래핀이 자석 쪽으로 몰리면 그때 부항을 뜨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뒤 부항을 떠서 극복했다"라며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백신 해독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임예인 한의사는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서 "(부항으로) 어혈을 뽑는 것은 독을 밖으로 뽑아내는 것보다는, 어혈이라는 상태를 풀어주는 개념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한방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익명의 한의사 또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항으로 백신액이) 뽑혀 나오지 않는다. 맞는 즉시 다 퍼진다"라며 "부항은 지방층에 하기 때문에, 근육 주사 방식인 백신이 뽑혀 나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의사들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부항을 뜨면 오히려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사회 안전을 위해 여건이 되는 한 신속하게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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