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온열질환 위험에 내몰리는 노동자들

코로나 위험에도 마스크 못벗어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지난 20일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현장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콘크리트 바닥과 철근 등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 탓에 공사장 온도는 40도에 육박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모(51)씨는 "철근공으로 10년 넘게 일했는데 올해 같은 더위는 처음"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럼에도 서씨는 감염 위험 탓에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마스크가 땀에 젖어 숨쉬기가 힘들 때도 있지만 현장에는 그늘막이나 선풍기 등 더위를 피할 공간과 시간은 부족하다.

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야외 노동으로 온열 질환에 노출된 근로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 택배 물류센터 역시 고된 노동현장이다. 경기도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임모(44)씨는 "냉방시설은 물론 환기시설 조차 없는 곳에서 하루종일 근무하고 있다"며 "내부 온도도 30도를 넘나드는데 통풍이 잘 되지 않으니 코로나19 위험까지 안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가 조합원 1452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관련 설문조사 결과, 폭염특보 발령시(체감 온도 33도 이상) 1시간 일하면 10~15분 이상씩 규칙적으로 쉬는 경우는 22.8%에 불과하고 76.1%가 작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작업중지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응답했다. 고용노동부는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가이드에 따라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이틀 이상 지속되면 무더위 시간대(14시~17시) 옥외 작업을 단축하거나 작업시간을 조정하게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같은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건설현장에는 세면장이 없거나(26.3%) 씻을 만한 설비를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45.1%). 특히 햇볕에서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쉬는 경우도 33.6% 밖에 되지 않았다.

강희택 충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특히 고령자들은 체내 수분량이 젊은 층에 비해 적고 갈증을 느끼는 중추신경의 기능이 떨어져 야외에서 일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열 질환에 걸릴 수 있다"며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어지러움·메스꺼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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