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튀니지, 정국 최대 위기…총리 해임·의회 정지

대통령, 의회 기능 정지…야당 "쿠데타" 반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아랍의 봄' 발원지였던 북아프리카 튀니지가 코로나19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 속에 총리가 해임됐다. 이에 튀니지가 아랍의 봄 이후 10년 만에 최대 정치 위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히셈 메시시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킨다고 발표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에서 "헌법은 의회 해산을 허용하지 않지만 그 기능이 정지되도록 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며 이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튀니지 헌법 제80조는 "임박한 위험"이 있을 때 의회 기능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하는 새 총리의 도움을 받아 행정권을 넘겨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회 정지에 따라 의원들에 대한 면책 특권도 사라지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외신에 따르면 사이에드 대통령의 발표가 나온 뒤 군용차량들이 의회 건물을 에워쌌다.

26일 오전에는 국회의장이자 제1당 엔나흐다의 당수인 라체드 가누치가 사이에드 대통령의 의회 정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임시 회기를 열기 위해 의사당에 도착했지만 의회 건물을 둘러싼 군 병력에 가로막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엔나흐다는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사이에드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헌법, 엔나흐다 당원들, 튀니지 국민에 반하는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 야당도 엔나흐다에 동조하면서 사이에드 대통령의 조치를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과거 튀니지의 민주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몬세프 마르주키 전 대통령 역시 "상황이 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통령이 의회 정지와 총리 해임을 발표한 이날에는 수도 튀니스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처 실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다.

튀니스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의회 앞에 모여 엔나흐다와 총리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또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의회 정지와 총리 해임 발표가 나오자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영했다.

반면, 엔나흐다의 지지자들도 이날 시위를 진행하며 반엔나흐다 시위대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를 진압하던 와중에 취재 기자가 부상하고 일부 시위대가 체포되기도 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위선과 배반, 시민권 강탈에 속았다"며 "누구든 무기에 의존하고 총알을 쏘려 한다면, 군이 총알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신들은 이번 정치 위기로 튀니지가 2011년 민주화 혁명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튀니지는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민중 봉기의 발원지로 중동에서 드물게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꼽혀왔다.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2018년 5월 지방선거가 실시됐고, 2019년 10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사이에드 대통령이 당선됐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을 비롯한 경제난, 정치적 갈등, 부패에 대한 국민 불만이 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튀니지는 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지금까지 1만80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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