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황세운
20대 대선의 막이 올랐다. 7월12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으니 후보자들은 내년 3월9일까지 치열한 대선경쟁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전의 어느 대선보다 후보자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5년간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질 사람을 뽑는 것이니 후보자가 많다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하루하루 늘어가는 예비후보자 명단을 바라볼 때마다 필자의 마음은 왠지 자꾸 무거워진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판만큼 바빠지는 곳이 있다. 바로 주식시장이다.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정치테마주에 주식시장은 몸살을 앓는다. 후보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정치테마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며, 후보자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다면 정치테마주는 더욱 극성스럽게 시장을 흔들 것이다.
주식시장에는 작년 3월 이후 유입된 많은 숫자의 개인투자자들이 활동중이다. 신규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은 약 1년의 기간 동안 100%가 넘는 상승률을 목격했기에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런데 올해는 높아진 기대를 만족시킬 만한 수익률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투자자들은 정치테마주로부터의 투기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워진다. 20대 대선에서 역대급의 정치테마주 등장이 예상되는 이유들이다.
대부분의 정치테마주들은 높아진 주가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다. 정치테마주는 실적개선에 대한 합리적 기대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드물다. 정책수혜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연, 지연과 같이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주가가 오른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평가할 경우 이러한 가격흐름은 주가변동성만을 증가시킬 뿐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므로 투자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그러나 단기투자의 관점에 매몰돼 있다면 펀더멘탈보다는 내일 또는 일주일 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1년 후를 장담하기 어려운 위험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일시적인 수급상의 왜곡으로 가격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투자라기보다는 폭탄돌리기식의 투기에 더 가까운 행태다.
정치테마주의 폐해로부터 벗어나려면 투자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결정을 내리고, 기대수익률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일주일이나 한달 후가 아니라 3년 후 또는 5년 후에도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펀더멘탈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장환경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목표수익률을 설정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주식이 예적금에 비해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한해 20%가 넘는 수익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작년처럼 높은 수익을 내는 해가 예외적인 경우라 보아야 한다.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은 위험종목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특정종목에 올인하는 경향도 강해진다. 꾸준히 달성가능한 수준에서 목표수익률을 정하고 기본적인 투자원칙을 지켜야 성공적 투자로 연결될 수 있다. 투자의 대가가 아니라면 방망이를 세게 휘두른다고 홈런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삼진아웃 가능성만 높아진다. 안타를 목표로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때로 홈런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