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지난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정말 너무한 것 같습니다. " , "코로나 시국에는 좀 참아야죠."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거리두기 4단계 적용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지난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기습 집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민주노총 집회와 현재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아직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의 집회 자체 촉구도 무시하고 코로나19 국면에서 집회를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서울 도심에서 8000여명(집회측 추산)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이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일일 1000명대를 기록하면서 이날 집회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3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집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코로나가 아직 다 없어지지 않았는데 이건 좀 너무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금 좀 참고 코로나가 진정된 이후 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서울 한 번화가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식당 주인 박 모씨는 "그냥 한숨만 나온다"면서 "지적하고 그래봤자 어차피 다 무시하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안 그래도 요즘 정말 너무 힘들어 죽겠는데, 저렇게 집회하고 그러면 손님들은 더 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코로나19 확산의 기로에 서 있는 중차대한 시기임을 고려해 주말 대규모 집회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위원장과 함께 민주노총을 방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노총은 지난주 대규모 집회를 기습적으로 열었다. 이에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집회 전날인 2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위원장과 함께 민주노총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 등은 코로나19 확산의 기로에 서 있는 중차대한 시기임을 고려해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다음날인 3일 오후 2시부터 지하철 종로3가역 부근에 집결하고 집회를 강행했다. 조합원들은 가방에서 모자와 붉은 머리띠, 조끼를 꺼내 입고 피켓을 든 채 종로2가 종로타워빌딩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나, 거리두기는 충분히 지켜지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어 서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을 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이 걱정되던 지난 토요일(3일) 민노총은 서울 한복판에서 1만명 집회를 강행했고 사흘 뒤인 오늘 오후 6시에 확진자가 6개월 만에 1천 명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3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너무나 이기적이고 무책임했으며, 국민 다수의 안전과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주말 확진자가 794명으로 급증하고 전문가들이 대규모 확산을 경고하는 가운데 8000여 명의 민주노총 불법집회가 종로 한복판에서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은 채 강행됐다"며 "앞으로 4차 대유행이 더욱 심각해진다면, 그것은 정부와 민주노총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불법집회를 막지 못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대통령 비서실장은 '광화문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라는 극언을 했고, 광화문을 차벽 바리케이드로 막으며 원천차단까지 했다"라며 "정부 비판 집회에선 코로나19가 더 잘 퍼지고, 친정권 세력의 집회는 비껴가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은 8일 '7·3 전국노동자대회 관련 중간브리핑' 입장문을 통해 지난 주말 대규모 집회를 두고 정치권 등에서 최근의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6일이 경과된 현재까지 (참석자 중)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주까지 방심하지 않고 3일 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주의와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경찰) 소환대상자들 또한 각각 일정을 고려해 출석해 당당하고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코로나 감염 확산과 전국노동자대회를 연결지어, 마치 확산의 책임이 민주노총에 있는 양 떠들어대고 책임론을 내뱉는다"며 "이들은 향후 최종 결과에 기초해 자신들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 대규모 감염과 민주노총 도심 집회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답변자료에서 "민주노총 집회가 최근 대규모 감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현재까지 민주노총 집회 관련 확진자는 확인된 바가 없다"며 "발생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김 의원은 "지난해 광복절 집회 후에는 참가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지만, 이번 민노총 집회에는 정부가 수수방관한다"며 "정치적 방역"이라고 비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