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의 귀환…하반기 키맞추기 장세서 '저평가 꼬리표 뗀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만년 저평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장에서 소외됐던 지주회사 주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리오프닝(경기재개)에 따른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전망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하반기 경제 정상화가 본격화되면 키맞추기 장세를 발판 삼아 지주사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지주사 85개 종목 중 대다수가 우상향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다양한 자회사의 리오프닝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주요 지주사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 증가율은 평균 45%에 달한다.

가장 돋보이는 곳은 두산이다. 두산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14일 종가 기준으로 71.53%에 달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은 지주사 중에서 가장 저평가되어 있었지만 하반기에 채권단 관리를 졸업하고 순차입금을 2조4000억원대까지 낮추는 데 성공하면 그룹 신용등급이 높아질 것"이라며 "신용 리스크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 재생에너지와 무인화 테마의 대장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두산의 목표주가를 15만원으로 제시했다. 아직 68.16%의 상승 여력이 있다.

CJ의 상승세도 만만찮다. 14일 10만9000원에 마감한 주가는 올해 들어 18.34% 올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주사 중에 전년 대비 올해 예상 순이익 상승률(142%)이 가장 높은 곳으로 CJ가 꼽힌다. 자회사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하고 있어 주가는 앞으로도 상승 탄력이 더 남았다는 의미다.

증권가의 눈은 롯데지주에도 향한다. 14일 4만2450원에 마감한 주가의 올해 상승률은 20.94%다. 2019년 5만원 이상에 머물렀던 것과 감안하면 여전히 상승 폭이 남아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 등 주요 자회사의 실적 개선에 따라 영업가치가 급격하게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화와 GS 역시 눈길을 끈다. 한화는 한화생명보험(18.2%), 한화에어로스페이스(33.95%), 한화솔루션, 한화건설(95.77%), 한화호텔&리조트(50.62%)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들 실적에 힘입어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GS도 대표 저평가 지주사다. 현재 주가와 목표주가의 괴리율도 크다. 현대차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 6만6000원과 14일 종가 4만6900원의 괴리율은 40.72%에 달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자회사인 GS칼텍스의 실적 호조, 배당매력이 확대됨에 따라 GS 주가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중에서 오르지 않은 종목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곳은 삼성물산이다. 14일 13만900원에 마감한 주가는 올해 1월4일 14만4000원과 비교하면 3.47% 하락했다. 지루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증권가는 앞으로 기대되는 지주사 중 하나로 꼽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하반기 투심 회복이 기대되서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만큼 주가는 지배구조 또는 오너 리스크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주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인 약 60%의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적용 받고 있는 만큼 관련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탄력적인 주가 반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5%), 삼성바이오로직스(43.4%) 등 계열사 주식을 보유, 이 가치만 53조6000억원에 달해 삼성물산 시가총액의 2배를 넘는다.

금리 인상이 호재인 금융지주사도 주목 대상이다. 특히 배당 매력도 더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고자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은행권에 권고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잇달아 달성하면서 이달 말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종료되면 하반기 중간·분기 배당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 증가율이 19.5%로 집계됐으며 추정 주당배당금(DPS) 증가율은 51.8%에 달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돌입하면서 다양한 산업에 지분을 두고 있는 지주사들에 할인율이 높게 적용됐다"며 "리오프닝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그동안 부진했던 자회사들의 가치 반등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는 곧 지주회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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