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 황화론의 재림

14일 중국 화가 반퉁라오아탕이 자신의 웨이보에 게시한 '최후의 G7'그림의 모습. 2021년 주요7개국(G7)회의 공개성명에서 반중 공동전선 합의가 발표된 것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 웨이보]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주된 화두였던 ‘반중연대’는 사실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서구사회의 ‘황화론(Yellow Peril)’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화론은 19세기 유럽 정계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중국공포증’으로 중국 황인종의 세계 장악을 막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 서구사회 전체가 단결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황화론에 이론적 배경을 열어준 사람은 독일 관념철학의 대가라 불리는 헤겔로 알려져 있다. 그는 1819년 역사철학 강연에서 중국에 대해 "절대권력자인 황제 한 사람의 자유만 보장되고 나머지 국민들은 오로지 황제를 위해 이용되고 희생되는 거대한 전체주의적 조직체"라며 유럽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후 1895년 독일제국의 황제였던 빌헬름 2세는 당시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동원한 군대와 함대의 규모를 들먹이며 "유럽의 민족들은 자국의 신성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황화론은 영국, 미국, 러시아 등 당시 열강들에게로 퍼져나갔다.

그의 황화론에는 나름 근거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종이호랑이 취급을 받는 19세기 청나라의 군대지만, 청일전쟁 전까지 청나라의 북양함대는 영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로 평가받던 대양함대였다. 북양함대의 기함인 정원은 당시 독일에서 개발한 최신예 드레드노트급 전함으로 정작 독일군은 인수할 예산이 없어서 도입조차 못한 함선이었다.

청일전쟁 이후에는 이 무적이라 불리던 북양함대를 격파한 일본 연합함대가 새로운 황화론의 주축으로 떠오른다. 특히 일본 연합함대가 세계 최초로 실전투입한 항공모함을 통한 기습작전에 진주만공습 피해를 입었던 미국에서는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공포심이 더욱 고조돼왔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잠잠해졌던 황화론은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다시 심화됐다.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중국 화웨이사가 이라크군에 납품한 방공망시스템에 미 공군 전투기들이 고전했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미국에서 중국은 과거 구소련보다 훨씬 무서운 강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명실상부한 세계 2위의 군사,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면서 미국의 황화론은 19세기 독일의 황화론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서구사회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세력 확장을 내버려두면 제2의 진주만공습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서구국가들의 단합을 독촉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 21세기판 황화론 속에서 미중 간 패권다툼이 실제 화력전으로 이어질지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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