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디스플레이, 정부지원 타이밍 놓쳐선 안돼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한국이 세계 디스플레이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다. 한국이 단일 품목으로 14년간 세계 1위를 지켜온 품목은 LCD(액정디바이스)가 유일하다. 14년 동안 세계 각국으로 320조원의 LCD가 수출됐고, 한국 전자산업 발전과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대표 품목이다. 하지만 2018년 중국이 한국을 역전하면서 현재는 중국이 세계 LCD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더욱 커졌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이 중국에 LCD 시장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원인 분석도 중요하지만, 세계 최초 LCD 상용화에 성공한 일본이 디스플레이산업 몰락까지 이어지게 된 선행 사례 분석을 통해서도 전략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LCD 시장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이 1990년대 말 아시아에 번진 경제 위기로 5세대 LCD에 대한 신규투자를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한국은 2001년 세계 최초 5세대 LCD 투자를 단행하면서 2004년에 세계 LCD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섰다. 그 이후 6세대, 7세대, 8세대 신규투자를 통해 세계 1위를 줄곧 유지했다. 그러나 한국은 8세대 LCD를 마지막으로 신규투자를 멈추었다. 반면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2015년 세계 최초 10.5세대 LCD 신규투자를 해 2018년 세계 LCD 시장 1위국으로 도약했다. 일본과 중국 사례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교훈은 "차세대 분야에 대한 선행투자가 향후 디스플레이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산업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 정부는 재도약을 위해 인수합병, 자금지원 등 많은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LCD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12년 약 2조원을 투입하여 소니, 도시바, 히타치의 LCD 사업을 통합한 JDI(재팬디스플레이)를 설립했고, 2015년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디스플레이) 시장 진입을 위해 정부 주도로 OLED 전문기업 JOLED(제이올레드)를 설립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 간 통폐합과 자금 지원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기대했으나, 이미 경쟁력이 떨어진 후에는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본 디스플레이산업은 그대로 몰락하고 말았다. 여기서 주는 두 번째 교훈은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 이후 정부 지원이 아무리 많아도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교훈이 주는 시사점은 기업의 선제적 투자와 시기 적절한 정부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기업은 차세대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QD·OLED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계획돼 있다. 정부도 반도체 특별법 마련을 계기로 핵심전략기술을 신설하여 R&D와 시설투자 지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산업을 핵심전략기술에 포함해 강력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올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디스플레이산업이 태생한 이래 가장 큰 1573억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IoT·AI·자율주행 기술 확산과 코로나 영향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미래 사회에서의 디스플레이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이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이 퀀텀 점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LCD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에 대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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