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인력난]백신허브 부상한 K바이오, 연구개발 핵심인력 '가뭄'

신약개발 등 경험자 부족에 고심
중소업체 "대형제약사 수주땐 인력이탈 우려"
해외서 인력 찾고, 본사 옮기는 고육지책도

#중견 바이오업체 대표 A씨는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술 수출이나 수주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인력 이탈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A씨는 "규모가 큰 기업에서 연구소를 새로 만든다거나 연구조직을 개편한다는 소문이 돌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며 "비슷한 규모의 옆 회사가 지난해부터 연구자들의 줄퇴사로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바이오벤처 근무 5년 차인 30대 B씨는 "헤드헌터로부터 이직 제의를 예전보다 2배 이상 받고 있다"며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얼마 전에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으로부터 제안이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있다. 바이오 연구직의 몸값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만큼 경력과 연봉 등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이다. 임상연구에 참여 중인 B씨는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등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나중에 직접 바이오벤처를 차리는 일도 가능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백신 허브로 부상하는 등 바이오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핵심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그러나 충분한 경험이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해외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물론 인력 확보를 위해 본사를 지방에서 서울로 옮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최근 백신 분야의 신기술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위탁생산(CMO) 사업 진출을 선언한 엔지켐생명과학. 이 회사는 백신 원료인 지질 CMO 사업에도 나서며 백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세실 체르킨스킨 박사를 어렵게 영입했다. 하지만 체르킨스킨 박사를 빼면 관련 연구개발 조직을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mRNA 백신 사업은 한국에서 경험이 많지 않은 분야여서 국내에서는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사업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계약이 성사되면 해외 개발사의 도움을 받아서 인력을 충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약개발 기업 메드팩토는 2019년 경기 수원에서 서울 서초구로 본사를 이전했다. 임대료 등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사옥 이전을 결정한 배경엔 인력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수원이 수도권임에도 원하는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컸었다"면서 "서울로 사옥을 옮긴 이후 지원자가 5~7배 늘었다"고 알렸다.

이처럼 바이오업계의 인력난이 심각해진 데는 세계적 수준에서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신약허가신청(NDA) 등 주요 과정을 경험해본 인재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겨냥한 신약 개발 등이 활발해지면서 인력 수요는 급증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석사급 이상을 요구하는 연구 파트뿐 아니라 글로벌 임상, 공정개발 및 생산(CMC) 등 신약개발 모든 분야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당분간은 인력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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