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송유·가스관 경비인력 숨진채 발견'…미얀마내 고조되는 반중정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빨간 색칠을 한 옷을 입고 독재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최근 군부와 시위대 간 충돌이 무기 대 무기로 맞붙는 교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폭력 저항으로 시작한 시위가 점차 무장 투쟁으로 바뀌는 분위기가 역력한 와중에, 미얀마에 영향력이 큰 중국이 군부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미얀마 내 반중 감정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얀마를 관통하는 중국의 송유·가스관 관련 시설 경비인력이 공격을 받아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7일(현지 시각)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만달레이 지역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송유·가스관 관련 시설을 경비하던 인력 3명이 이틀 전인 5일 사망했다. 이들은 정체불명 괴한들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해당 습격이 군부를 상대로 최근 증가하고 있는 무장 투쟁의 일환이라고 언급하면서, 미얀마 내 반군부 및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송유·가스관 안전에 대한 중국 정부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도 전했다.

미얀마는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 원유 수송로의 길목에 위치해 중국 에너지 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중국은 2014년 미얀마 서부 해안 짜욱퓨(Kyaukphyu)에서 중국 윈난성 쿤밍시(昆明)를 잇는 약 800㎞ 구간에 송유·가스관을 건설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미얀마 국민 사이에 반중 감정이 일자 송유·가스관 안전에 관심을 기울여왔으며, 미얀마에서 반중 시위가 거세지자 2월 말 군부와 만나 송유·가스관의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한, 중국 측은 "송유·가스관이 파괴될 경우 양국 모두에 막대한 피해"라며 방비 태세 강화를 촉구했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미얀마 양곤에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했다. [사진=주미얀마 중국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한편,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 이후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쿠데타를 비판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미얀마에 대해 '대화와 협상'이라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쿠데타 규탄 성명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반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대는 중국을 군부의 '뒷배'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쿠데타 이후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연일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중국 제품 불매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중국계 공장 수십곳이 방화로 불에 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원 미상의 사람들이 미얀마 수도 양곤에 있는 중국계 공장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내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직원 2명이 부상했지만, 다행히 숨진 사람은 없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해당 피해 공장은 중국 기업이나 중국과 미얀마 합자기업 소유로, 대부분 의류 관련 공장이라고 중국대사관 측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미얀마 군부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자, "중국 백신은 맞지 않겠다"며 거부하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현지 매체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제공한 코로나19 백신 50만 회분이 지난 2일 미얀마 양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미얀마군 최고사령부는 "중국 백신은 전국의 병원에 배포된다"고 전했고,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은 자국 백신 기증과 관련해 "양국 간 형제애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수천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이 중국 대사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백신 지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 사용자는 "중국 백신을 맞느니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서 죽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수백만명이 군부에 저항하는 차원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와중에 중국은 백신을 보냈다"면서 "이를 통해 중국이 군부를 지원하는 게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황수미 인턴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팀 황수미 인턴기자 choko21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