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중국서 '파오차이' 둔갑…정부 '병기해도 돼'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가 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만든 디지털 포스터. 지난해 11월29일 중국의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중국의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泡菜)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국제표준으로 정했기에 '한국 김치도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이젠 중국이 김치산업의 세계 표준'"이라고 왜곡 보도한 바 있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중국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돼 중국산 김치에 대한 거부감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중국 현지에 수출하는 김치 상품명에 '김치'도 병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파오차이(泡菜)' 표기를 강제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국내 식품업체를 정부가 지원하고 나선 것인데 소비자의 '중국산 포비아'가 커지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에 따르면 '김치' 'KIMCHI' 등을 파오차이와 병기하는 방식으로 표시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일부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김치 관련 제품을 판매할 때 상표 등록 시 김치라는 표현을 중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대한 설명이다. 중국 GB는 기본적으로 식품에 대한 표시를 한자어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외국어도 병기할 수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김치의 경우 중국 당국이 파오차이라는 표현을 강제하고는 있지만 '김치' 또는 'KIMCHI'를 함께 써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중국에선 한국의 김치를 파오차이로 부르는 게 만연해 있는 상태고, 파오차이는 중국 음식이니 결국 김치 종주국도 중국이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외국산 김치가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김치에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지리적표시제는 '보성 녹차' '고려 인삼'처럼 특정 상품의 고유성이 원산지 때문에 생긴 경우 원산지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그동안 지리적표시제는 국내 지역에만 적용되고 있었지만, 이제는 국가 단위로 지리적표시제를 적용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 등과 지리적표시제 제휴를 맺고 있다.

다만 국가명 지리적표시제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시행령' 개정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김치의 주원료인 배추, 무 등을 국내산으로 쓰고 국내에서 가공할 경우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치 원료의 수입산 허용 여부 등 일부 업계의 요구사항과 관련해 생산자·소비자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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