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찾는 제약바이오 '기대와 우려'

셀트리온, 화장품·건기식 제조·판매 사업목적 추가
진단키트 개발 진행… 의료기기 사업도 반영

동국제약, 동물용 의약품 제조·수입 등 추가 예정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에 본업 경쟁력 저하 우려도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미래 먹거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여러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화장품, 동물용 의약품 등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당장 본격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업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화장품·건기식… 영역 넓히는 셀트리온

12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에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의 제조, 수출, 도매 및 판매업’을 추가한다. 화장품 관련 수탁가공, 물류, 창고업, 수출입업 등도 함께 논의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당장 화장품 등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보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여러 사업 중 하나로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셀트리온이 미래 먹거리 찾기를 위해 정관 변경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주총 당시 셀트리온은 '생물학적 의약품 등의 제조, 수출 및 판매업'을 '의약품 등의 제조, 수출, 도매 및 판매업'으로 변경해 합성의약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곧이어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일부 의약품 사업 인수로 합성의약품 사업을 강화하면서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에 사업목적에 추가되는 화장품은 그간 셀트리온이 본업인 바이오산업 외 가장 큰 관심을 드러내던 분야로 꼽힌다.

2013년 설립된 화장품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는 현재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셀큐어’와 건기식 브랜드 ‘이너랩’ 등을 운영 중이다. 대대적인 마케팅과 더불어 2017년에는 서정진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수석 부사장이 대표를 맡아 기대를 모았지만, 설립 이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업목적 추가로 그간 화장품에 관해서는 연구개발(R&D)만 하던 셀트리온이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울러 셀트리온은 진단키트 개발 업무 진행에 따라 사업목적에 ‘의료기기’도 반영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체외진단 전문기업 휴마시스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 ‘디아트러스트’를 미국 프라임 헬스케어 디스트리뷰터스에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의약품만으론 어렵다" vs "본업 경쟁력 약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나선 곳은 셀트리온만이 아니다. 한미약품과 , 동국제약 등도 다가오는 주총을 통해 사업목적을 손보고 신사업 구상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동국제약은 동물용 의약품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는 사업목적에 ‘동물용 의약품 제조, 수입 및 판매업’을 추가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동물용 의약품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나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여러 부서 가운데 해당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사업부들이 있어 향후 도전해보기 위해 추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6일 나란히 주총을 여는 한미약품과 종근당은 각각 ‘의학 및 약학 연구 개발업’, ‘연구, 개발, 기술정보, 학술 등의 제공업 및 관련 용역 수탁업’을 사업목적에 새롭게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R&D 정부 지원 신청과 국책과제 신청을 목적으로 사업목적에 변화를 가한다.

이렇듯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선 제약바이오 업체들을 향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로 정작 본업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개발 단계부터 막대한 자금 투입이 요구되는 의약품사업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도 “최근 4~5년 새 다수의 제약바이오 업체가 본업과의 연관성이 높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에 안착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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