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실종된 설날…귀성 대신 유흥가 몰린 명절

유원지·쇼핑가도 풍선효과
거리두기 지켜지지 않아
확진자 동선추적도 힘들 판

설 당일인 이달 12일 오후 9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술집 문이 닫자 거리로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정윤 기자] 설 당일인 지난 12일 오후 9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사회적 거리두기로 술집이 문을 닫자 갈 곳을 잃은 사람들로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명절 귀성 대신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지인과의 약속에 유흥가를 찾은 사람이 다수였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고향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 대학 동기와 술을 먹기 위해 강남역을 찾았다"며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데 친구라도 만나야 명절 분위기가 날 것 같아 집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술집 영업이 종료되자 거리에는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흡연을 하는 사람들, ‘집으로 가서 한잔 더 하자’라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부가 귀성 자제를 요청하고 직계 가족도 거주지가 다르면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면서 고향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귀성 포기족이 유흥가와 유원지, 쇼핑 시설 등을 찾으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외출을 택한 사람 대부분은 "집에서 명절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답답함에 결국 바깥으로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초구에 위치한 청계산 출입구 부근 골목도 포근한 날씨에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등산로 초입에는 산에 오르려는 사람들로 일대가 붐볐고 먼지를 털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에어건에는 등산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했다. 직장인 박모(34)씨는 "코로나19지만 침대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것이 답답해 오랜만에 산을 찾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수칙을 어기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5인 이상이 모여 등산을 하고 쉼터에서 수십 명이 다닥다닥 붙어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내린 채 일행과 대화하거나 가쁜 숨을 몰아쉬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연휴 기간 서울 도심 곳곳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 3시께 영등포구의 한 백화점은 주차장으로 향하는 여러 갈래의 길이 차로 꽉 막혔다. 적게는 20분, 많게는 40분 이상 차례를 기다려 주차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백화점도 입구부터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특히 3~4인 위주 가족 단위 고객들로 보이는 이가 상당수였다. 양천구에 위치한 백화점 애플스토어 앞에서는 입장하려는 고객들로 긴 대기줄이 형성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간격조차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고, 매장 곳곳에 설치된 소파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동대문시장과 황학동 풍물시장, 동묘 구제시장, 종로 5가역 주변 일대는 역대급이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남녀노소, 친구, 가족 단위 방문객과 외국인들까지 뒤섞여 대로변과 골목 구석구석이 사람에 치일 정도였다. 완구·문구거리에는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많았다. 전통시장 내에서는 거리두기 없이 다닥다닥 붙어 음식을 먹는 이들이 일상화됐다. 황학동 인근 한 편의점주는 "이곳은 천장이 없는, 밀도가 가장 높은 밀집시설일 것이다. 단속도 어렵고 현금거래가 많다 보니 확진자가 나와도 동선 추적이 힘들 것"이라며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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