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기자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세계 교역이 큰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으로의 외국인 자본 유입도 늘어 글로벌 교역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세계 교역·투자 구조 변화와 앞으로 한국의 정책 대응 방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지난해 1~3분기 세계 교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한 12조516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3.6%)와 2015년 중국 경제 부진(-12.9%) 사태 이후 세 번째로 큰 감소율이다. 지난해 2월 중국 등 아시아에 국한됐던 코로나19가 3월부터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각국이 경제 봉쇄 조치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세계 무역이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연간으로는 전년 대비 9.6%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15.2%), 일본(-15.2%), 독일(-11.6%) 등 주요국 수출이 두 자릿수로 감소한 가운데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은 0.8% 감소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중국 수출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처럼 중국이 전통 수출 강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이 덜 빠지면서 지난해 1~3분기 기준 세계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1.4%포인트 늘어난 14.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 아세안 국가로의 밸류체인 재편 등 영향으로 2015년 13.9%를 기록한 이후 2019년 13.2%까지 떨어지며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3분기 미국의 수출시장 비중은 8.8%에서 8.3%로 0.5%포인트 낮아졌다.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도 지난해 42.3% 감소한 859억달러에 그쳤다. 반면 인도와 중국은 각각 13%, 4%씩 증가했다. 인도의 경우 구글이 지난해 7월 100억달러 규모의 인도 디지털 인프라 구축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ICT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중국은 서비스ㆍ첨단기술 분야로 외투 자본의 유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올해 세계 교역이 7~8% 늘어나고, 한국의 수출도 반도체 등 디지털 관련 품목 호조로 6~7% 증가할 전망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중 패권 전쟁 지속,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구분 없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대외 교역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하고,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신임 대표 지명자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최우선 통상 과제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대응을 꼽는 등 올해에도 미·중 간 무역 갈등은 지속 가능성이 높다.
김 실장은 "우리 통상당국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통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CPTPP에 대한 국내외 가입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남방 국가의 한국을 상대로 한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통상당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통상외교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