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뛰어든 신세계…'인천 시티' 생기나

체험 중시 경영 기조 따라 복합문화공간 조성할 듯
경영 악화 인수 전철 탈피·1300억원 매각, 프로야구 잠재력 확인
"다른 구단도 모기업과 새로운 협력 방안 모색할 듯"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프로야구에 뛰어든다. 이마트는 SK텔레콤 소유의 SK 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었다고 26일 공시했다. 인수 가격은 주식 1000억원, 토지·건물 352억8000만원 등 1352억8000만원이다. 다음 달 23일 본계약을 맺는다.

프로야구 역사상 여섯 번째 구단 양수(讓受)다. 앞서 기존 구단을 인수한 기업은 청보(1985년), 태평양(1987년), LG(1990년), 현대(1995년), KIA(2001년). 하나같이 모기업 사정 악화로 곤경에 빠진 구단을 구제해 기업 홍보 제고 효과를 기대했다.

이번 인수의 성격은 다르다. SK 텔레콤은 재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 와이번스 또한 2007년부터 의식 개혁을 단행해 프로야구에 새로운 문화를 창출했다. '토털 베이스볼'로 나타날 성적과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로 대표되는 흥행이 그것이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과 팬 친화적인 운영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는 연고지 인천을 유지한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론트도 100% 고용 승계한다. SK 와이번스가 그려온 고유 색깔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더해 또 하나의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래서 유통과 시너지를 내는 신사업 추진이 유력시된다. SK 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복합쇼핑몰, 놀이공원 등과 엮어 도시형 종합 엔터테인먼트 지구로 꾸밀 것으로 점쳐진다.

SK와이번스[사진=김현민 기자]

표본으로는 일본에 있는 '도쿄 돔 시티'가 있다. 1988년 개장한 도쿄돔은 단순한 돔구장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어졌다. 인근에 롤러코스터, 대관람차 등을 탈 수 있는 놀이시설을 비롯해 천연온천 리조트(라쿠아), 호텔(도쿄돔 호텔), 쇼핑 아케이드, 레스토랑, 상설 전시장, 경마권 발매소, 볼링장, 장난감 전시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많은 유동인구와 우수한 접근성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며 도쿄 최고의 여가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신세계는 이 같은 모델을 선보일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소비자의 체험을 중시하는 경영 기조에 따라 이미 테마파크 콘셉트의 쇼핑몰(스타필드)을 여럿 선보였다. 2031년 개장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 국제 테마파크 조성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펼쳐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SK행복드림구장에서 경기를 보며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이마트 바비큐존'을 5년간 운영했고, 2019년 스카이박스를 활용해 이마트 브랜드룸을 조성했다. 상대 인기 구단이 원정을 오면 '그린썸머페스티벌'을 여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체험 중심 경영의 구체화는 프로야구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각 구단들이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것이 자력갱생이 아닌 모기업과 새로운 협력 방안으로만 이어진다면 야구팬들의 즐거움은 커지고 프로야구의 가치는 오르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영 악화에 따른 인수 전철을 밟지 않고 1300억원 이상에 매각된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사건"이라며 "프로야구가 하나의 시장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할 때가 온 듯하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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