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번 모시겠습니다' 그들이 룸살롱 가는 이유 [한승곤의 사건수첩]

전·현직 검사 '룸살롱 접대' 폭로 파문
고려대 교수들 연구비 카드로 유흥주점 결제
강준만 "룸살롱 칸막이…패거리 만들기 필수 요소"
전문가 "룸살롱 공간 '청탁' 의미 있어"

한 유흥가 거리.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현직 검사들이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폭로가 나오고 대학교수들은 연구비 카드로 유흥주점에서 수천만 원을 결제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룸살롱이라는 공간에 모여 유흥을 즐겼다는 데 있다.

이렇다 보니 수십 수백만 원의 양주를 먹고 마시며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는 룸살롱으로 초대하거나 또 이에 응해서 그 공간으로 가는 사람 사이에는 '청탁'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룸살롱은 우리 사회 패거리 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46·구속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옥중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7월 전관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청담동 룸살롱에서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의 폭로가 나온 직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에 대해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

그런가 하면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고려대 종합감사에 따르면, 교수들은 룸살롱 등 유흥주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고려대 교수 13명은 2016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221차례에 걸쳐 6693만원을 연구비 카드와 행정용 카드로 결제했다.

이 사안으로 중징계를 받은 교수 12명 가운데는 장하성 주중(駐中) 대사도 있었다. 다만 장 대사는 처분 당시 퇴임한 상태라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불문'(징계하지 않음)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룸살롱이라는 공간에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대체 거기서 뭘 하길래 수천만원을 거침없이 쓰고 또 어떤 얘기가 오가느냐는 지적이다.

맥주잔 안에 양주가 들어가 일명 '폭탄주'가 만들어지는 장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앞서 2011년 3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룸살롱 공화국'을 통해 해방정국의 요정에서부터 시작해 룸살롱으로 장소를 바꿔 지속돼 온 밀실 접대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저서에서 2009년 故 장자연 사건에서 등장한 룸살롱, 25년간 검사들의 '돈줄' 역할을 했다고 폭로한 한 건설업자 역시 그 주요 장소로 룸살롱을 선택했다면서 룸살롱의 역사는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문화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룸살롱 칸막이는 패거리 만들기의 필수 요소이며, 이는 패거리주의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이다"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 3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룸살롱에 모여 일종의 청탁을 하지 않나, 현실에서도 똑같을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어 "(무엇보다) 코로나로 다들 먹고살기 힘든데, 고위 공직자 등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저렇게 돈을 쓰고 있구나"라고 거듭 비판했다.

20대 대학생 이 모 씨는 최근 불거진 룸살롱 논란과 관련해 등록금 문제를 지적했다. 이 씨는 "고려대 교수들의 문제 관련해 학생들은 코로나 시대에서 등록금 문제로 불만이 많다"면서 "저 돈을 쓰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문제 등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룸살롱에서 저렇게 수천만 원 쓰는 게 지성인인가"라고 반문했다.

룸살롱 모임을 둘러싼 각종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룸살롱에 안가본 남자는 거의 없을 것 같다"면서 "꼭 청탁하러 가는 공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냥 함께 논다는 개념으로 룸살롱에 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대(술 값)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양주값에 종합소득세,부가세, 카드수수료 등 각종 세금이 붙어 그렇게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룸살롱 공간은 일종의 '청탁'이 오가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룸살롱은 청탁하는 사람의 우월감과 눈먼 돈이 모인 공간으로 볼 수 있다"면서 "룸살롱으로 초대하는 사람은 청탁하고, 그곳으로 가는 사람은 청탁을 예상하고 간다"고 분석했다. 이어 "룸살롱에서 접대하는 사람은 자신이 최고급으로 대접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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