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법 내일 시행…17년 만에 신종 금융업 탄생

P2P 업체 240여개 난립
법 시행 '옥석가리기' 본격화
26일 감사보고서 제출 첫 관문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일명 ‘P2P금융업법’이 27일부터 시행된다. 2003년 제3금융권으로 대부업이 편입된 이후 17년 만에 신종 금융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제도권 밖에 있던 P2P 금융사의 ‘먹튀’ ‘돌려막기’ 연체율 등 논란이 사그라들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금융당국과 P2P 업계에 따르면 P2P금융업법이 다음 날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업계는 2016년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첫 발의 이후 4년 여 만의 법제화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부터 간편송금, 간편결제 등 핀테크(금융+기술) 바람을 타고 P2P 금융의 제도권화가 이뤄지게 됐다.

P2P업 등장 4년 만의 제도권화…그러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시장에 240여개 업체가 난립하면서 ‘사기꾼’ 같은 범죄자들이 활개를 쳤고, 업체 대표 구속, 폐업, 연체 등 사건사고가 반복됐다. 정부가 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을 조이자 P2P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사례가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는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의 사례로 꼽았던 동산담보대출 업체 ‘팝펀딩’은 550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막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중고차담보대출 업체 ‘넥스리치 펀딩’ 역시 사기·횡령 혐의로 대표가 구속됐다. 시소펀딩, 탑펀드 등 최근 환매 지연이 속출하는 업체도 넘쳐나고 있다.

연체율도 심각하다. P2P 통계업체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25일 기준 141개 P2P사의 평균 연체율은 16.26%로 평균 수익률인 12.87%보다 높다. 100만원 투자해 약 13만원 벌자고 부실이 날 가능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셈이다. 금융권은 연체율 10%를 투자 상품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어 앞으로 P2P사는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금 규제, 소비자보호 강화

법 시행으로 P2P사는 법 테두리 안에서 영업하기 위해선 1년 안에 금융위(금융감독원)에 등록해야 한다. 또 자기자본금 최소 5억원 이상, 투자자 손실 사후 보전 등 영업행위 규제방안 마련, 준법감시인 선임 등 요건도 갖춰야 한다.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등록이 거부되거나 취소된다.

1년 안에 등록하지 못하면 P2P가 아닌 기존 대부업으로 전환돼 불특정 다수의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하게 된다.

법이 시행되면 법인 자격을 갖춘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도 설립될 예정이다. 현재는 임의단체인 P2P금융협회가 법정 협회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새로 시행되는 법안은 내년 8월26일까지 유예 기간을 준다. 신생 업체나 기존 업체들도 법에 적응하는 기간을 주는 셈인데 엄격한 법 적용에 앞서 금융당국은 기존 P2P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27일부터 시행한다.

개정 P2P 가이드라인 투자한도 제한 핵심

우선 일반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는 업체당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부동산 관련 투자 한도는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조였다.

또 대출채권ㆍ원리금수취권 등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P2P 대출 및 투자상품의 취급이 제한된다. 대부업자나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P2P대출도 금지된다.

같은 차입자에 대한 대출 한도는 해당 업체의 대출채권 잔액의 100분의7에 해당하는 금액과 70억원 중 작은 값으로 제한했다.

금융당국은 돌려막기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제한할 목적으로 투자상품과 해당 투자상품을 통해 모집한 투자금으로 실행하는 대출의 만기, 금리 및 금액이 일치하도록 했다.

아울러 차입자 정보 제공, 투자자 모집 등과 관련해 특정 투자자를 부당하게 우대ㆍ차별하는 행위, 투자자에게 과도한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를 막았다.

원금 보전이 되지 않는 P2P 투자상품인데도 투자 손실이나 이익을 보전해준다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도 안 된다.

업계는 "개정된 가이드라인이 너무 엄격해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항변하지만 업체당 투자 한도 제한이어서 여러 곳에 돈을 나눠 투자하는 건 막을 수 없다는 한계도 뚜렷하다.

26일까지 감사보고서 제출해야하는데…미제출사 속출할 듯

한편, 금감원은 240여개 P2P사에 이날까지 대출채권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20여개사만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법 테두리 안에서 P2P업을 하기 위한 첫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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