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낙서 좀 그만해요' 예술이냐 낙서냐, 길거리 그래피티 갈등 [한기자가 간다]

서울 한 번화가 골목길, 낙서로 몸살
담벼락은 물론 공공시설까지 가리지 않고 무차별 낙서
시민들 "남의 집 앞에 왜 낙서하나" 분통

서울 한 번화가 길목 곳곳에 그려진 낙서들. 상가 셔터는 물론 공공시설물에도 알 수 없는 그림과 글로 가득하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누가봐도 그냥 낙서잖아요. 남의 집 담벼락에 왜 저래요?"

18일 오후 서울의 한 번화가 골목에 있는 담벼락에는 알 수 없는 글자와 그림으로 가득했다. 벽에 긁거나 페인트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일명 '그래피티'(Graffit)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신의 취미를 위해 타인의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비판도 있다. 사실상 그냥 낙서라는 지적이다.

이런 낙서는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아예 주차금지 공간 담벼락에 보란 듯이 그림이 그려진 경우도 있었다.

폐쇄회로(CC)TV가 작동하고 있다는 안내문 아래는 '덤벼라 세상아' 라는 글귀가 쓰여있었다. 다른 골목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봇대, 화단 담벼락, 심지어 자판기 전면부 일부에서도 이런 낙서는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 소재 한 가게 셔터에 누군가 낙서를 해놓았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그런가 하면 고압가스통이 있는 철문에도 알 수 없는 그림과 글이 쓰여있었다. 모두 관리자가 있거나 관리하고 있는 공간에서 발생한 일종의 낙서다. 건물 외벽과 상가 셔터, 에어컨 실외기까지 가리지 않고 그려져 있다.

시민들은 당장 눈살을 찌푸렸다. 낙서로 가득 찬 담벼락 인근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A 씨는 "그래피티 자체도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데, 이건 그냥 낙서다.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곳뿐만 아니다. 다른 길거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취미를 위해서 남의 재산을 침해해도 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40대 직장인 B 씨는 "길거리뿐만 아니라, 공원이나 등산길 보면 정말 아무렇게나 막 글을 써놓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야말로 이기주의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누가 자기 얼굴에 낙서한다고 생각해봐라, 기분이 좋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50대 시민은 "보기에도 별로다. 그냥 흉물스럽다. 누가 이렇게 낙서를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게 셔터에도 낙서가 있다'는 말에는 "주인에게 허락을 받은 건가,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다"고 지적했다.

CCTV 감시 중 안내문 아래 '덤벼라 세상아' 라고 쓰여진 낙서.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사실상 도 넘는 낙서로 인해 거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취미를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도 있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공공시설에도 막 낙서가 되어있는데, 불법 아닌가"라면서 "우리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에 왜 낙서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벼락, 전봇대, 등 도심 곳곳에 행해지는 낙서는 모두 불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남의 건물 벽면과 공공시설물 등에 허가 없이 그래피티를 하는 행위 등은 재물손괴죄, 주거침입죄 등으로 처벌받는다.

재물손괴로 입건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을, 건조물침입은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전봇대가 있는 담벼락에 그려진 낙서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그럼에도 이런 낙서는 하는 사람들을 붙잡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늦은 밤이나 새벽에 몰래 그리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그림을 지워도 다시 그 자리에 새로운 낙서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피티 등 낙서로 가득한 골목을 담당하는 한 구청 관계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일단 신원파악이 어렵다. 또 언제 어디서 그렇게 낙서를 하고 사라질지 예측도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이 제기 되면 대처를 하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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