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지털 시대는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특징이다. 전 세계 인간들이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를 매개체로 네트워크를 경유해 서로 조밀하게 연결된다. 나아가 센서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고 있다. 주로 정보기술 관점에서 접근하는 초연결은 현대인의 물리적인 일상생활에도 깊숙이 투영돼 있다.
매일 대하는 식탁은 글로벌 초연결 세계를 상징하는 축소판이다. 호주산 쇠고기, 스페인산 돼지고기, 프랑스산 치즈, 이탈리아산 올리브유, 노르웨이산 고등어, 미국산 옥수수를 재료로 조리한 음식을 먹고 칠레산 포도, 캐나다산 블루베리로 후식을 즐긴다. 마시는 커피의 원두도 남미의 브라질과 볼리비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와 케냐, 아시아의 베트남과 인도 등 각지에서 생산돼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를 만난다. 이러한 현상은 정보기술이 촉매제가 되어 글로벌 물류망이 고도화, 효율화 됐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까지도 평범한 일반인들의 신선한 식재료가 국경을 넘지 못했다.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특성상 선박을 이용한 장기간 운송이 어려웠고 낮은 가격대로는 높은 운송비용을 감당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장ㆍ냉동 컨테이너가 도입되고 정보기술을 활용한 고도화 된 글로벌 물류체계가 출현하면서 생필품 개념의 농산물이 국제교역의 범위로 편입됐다. 넓은 세계가 작은 식탁에 압축된 오늘날에는 '지구촌'이라는 비유가 현실이 됐다.
인간이든 사물이든 연결되면 가치가 창출된다. 고립된 인간은 자급자족하면서 제한된 자원으로 살아가지만 연결된 인간들은 분업을 통해 생산력을 높이고 풍부한 자원으로 생활한다. 사물들도 마찬가지다. 한 대의 전화기는 무용지물이지만 백 대의 전화기는 통신수단이 되어 가치를 창출한다. 이런 배경에서 인간들의 문명은 연결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언어와 문자로 사람을 연결하고, 도로와 철도를 이용하여 지역을 연결하며, 무역으로 산업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21세기 초연결 사회에서 일상생활에서 향유하는 가치도 높아졌다. 지구 반대편의 지인과 실시간으로 의사소통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견해를 전파한다. 대형 할인점과 슈퍼마켓에 진열된 세계 각국의 식품을 접하면서 다양한 미각을 만족시킨다. 그러나 초연결은 동시에 부정적 영향도 증폭시킨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무대로 창궐하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물리적 거리와 공간이 무의미한 사이버 공간에서 순식간에 전 세계의 디바이스를 감염시키면서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혼란까지 야기한다. 이를 방어하고 퇴치하는 백신 프로그램이 개발되지만 완벽한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소위 '우한폐렴',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도 마찬가지다. 과거처럼 물리적 세계가 촘촘하게 연결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특정지역 전염병의 다른 지역 확산에는 장애가 많았다. 이동하는 인간과 물자가 극도로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통망과 물류망이 고도화된 현대에는 여행ㆍ출장ㆍ택배ㆍ해외직구 등 세계적 차원의 이동 자체가 일상이 됐고 높은 수준의 통제와 방역으로도 전염병 확산을 막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초연결 시대는 양면성을 가진다. 아날로그 시대에 분절됐던 부분들이 연결되면서 가치가 높아지는 생산적 측면과 함께 바이러스 등이 야기하는 파괴적 측면도 증폭된다. '위험사회'로 유명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위험의 전(全)지구화'로 정의한 현상이다. 기업의 관점에서는 연결을 통한 기회도 크지만 연결에서 야기되는 위험도 커지는 복합적 환경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중국 우한의 변두리 수산시장에서 촉발된 전염병이 순식간에 우리나라의 여행ㆍ항공ㆍ유통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충격파를 몰고 오는 현상은 디지털 시대의 기업경영에서 상정하는 위험의 범위를 초연결의 개념으로 확장하고 재정의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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