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稅 더 늘었는데 맥주 더 마시는 말레이

2016년 종가세서 종량세로 전환 알코올 1ℓ당 4만9000원 세금 내는데…왜?

[아시아경제 쿠알라룸푸르 홍성아 객원기자] 우리나라처럼 주세(酒稅)를 종량세(양에 따라 과세)로 전환한 말레이시아에서 맥주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24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하이네켄말레이시아의 3분기 매출액은 6억253만링깃(약 16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늘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1억330만링깃(약 289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 맥주시장의 58%를 점유한 현재 최대 주류업체다. 시장점유율 2위인 칼스버그말레이시아의 같은 기간 매출액은 5억4420만링깃(1526억원), 순이익은 6920만링깃(19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와 6.5% 증가했다.

말레이시아 주류기업의 실적 호조는 최근 자국 내 여건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함께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주세율이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 세제당국은 2016년부터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해 알코올 1ℓ당 175링깃(4만900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 주류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종가세 방식을 적용해 판매가액의 15%를 세금으로 납부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상품용역세(SST) 6%, 주류 세금 4%가 추가 부과되면서 주류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때문에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주류를 구매할 여력이 없는 소비자들이 밀주를 찾으면서 불법제조된 주류를 마셔 사망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독성 밀주를 마신 주민 45명이 사망하고 올해 7월까지 16명이 숨졌다.

현지 업계 안팎에서는 하이네켄 신제품의 매출 호조와 전자상거래 진입, 다양한 할인행사가 매출액 상승으로 직결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칼스버그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 맥주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성장세가 지속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칼스버그가 출시한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8% 늘었고 코너 스타우트 포스터와 1664블랑 등 프리미엄 브랜드 매출액도 각각 42%와 40% 증가했다.

내년 시장 전망 역시 밝다는 평가다. 소비자들의 맥주 소비가 다양화되면서 소비유형을 겨냥한 맞춤형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쓴맛이 덜하고 알코올이 적게 들어간 낮은 도수의 맥주 수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 투자전문기업 아핀황캐피털은 "내년도 매출액은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며 "주세가 현행대로 유지되고, 내년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괄목할 만한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말레이시아 관세국에서 승인한 양조 업체는 나펙스코퍼레이션, 하이네켄말레이시아, 칼스버그말레이시아 3곳이다. 하지만 하이네켄과 칼스버그 두 회사의 맥주시장 점유율이 98%로 절대적이다. 

쿠알라룸푸르 홍성아 객원기자 sunga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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