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빠진 트럼프 탄핵안…민주당, 역풍 우려 발빼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미국 하원이 10일(현지시간) 구체적인 사유가 적시된 탄핵안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권력을 남용하고 의회를 방해해 미국 헌법상 탄핵 사유인 '중대 범죄 및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rs)'에 해당한다고 탄핵추진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뇌물죄'와 '강요죄'는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탄핵사유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너무 약하다"며 비웃었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역풍'을 우려해 발을 빼는 듯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원문에는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가 탄핵 혐의로 적혀 있다. 원문 맨 앞장에는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 서명이 남겨져 있다. 미 헌법은 반역죄, 뇌물죄, 중범죄와 비행을 탄핵 사유로 정해 놓고 있다.

하원은 권력 남용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고위 권력을 이용해 내년 미국 대선에 우크라이나 정부의 개입을 요청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이자 잠재적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입지에 타격을 주기 위해 우크라이나 측에 부패 혐의를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3억9100만달러(약 4600억원) 규모의 군사ㆍ안보 원조와 백악관 정상회담을 '조건'으로 내걸어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를 침해하고 국익을 해쳤다고 봤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거래가 드러날 위기에 직면하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종 지원을 끊었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수사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는 게 미 하원이 내세운 탄핵 사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행정기관들을 압박해 의회의 탄핵조사청문회 소환을 거부하도록 지시했다. 탄핵안은 "헌법상 하원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갖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없고 단정적이며 무차별적인 소환장 거부를 지시했다. 이는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탄핵의 핵심 사유로 꼽혀 온 뇌물죄는 빠졌다. 비록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조사를 대가로 4억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ㆍ백악관 정상회담을 대가로 내걸었지만 뇌물죄가 아닌 '권력 남용'의 일부분으로 평가했다. 탄핵 조사 청문회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조사와 원조를 연계했다"는 증언이 쏟아졌지만 정작 '결정적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증언자들이 직접적으로 확보한 정보도 없이 가정만 갖고 증언했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25일 공개한 해당 통화 녹취록에도 '대가' 관련 발언은 없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압박이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탄핵안이 발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민주당에서도 별로 (탄핵사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면서 "두 가지 탄핵 혐의만 포함시켰는데 솔직히 너무 약하다"고 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날 민주당 측이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협정(USMCA) 승인에 합의해준 것을 거론하면서 "민주당 측이 탄핵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 무역협정(USMCA)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원이 탄핵안을 부결할 경우 불어닥칠 역풍에 대비해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두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민주당 일부 중도파 의원들이 탄핵안 의결 대신 한 단계 낮은 불신임 결의안을 채택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커트 슈레더 민주당 하원의원은 "(불신임 결의안이) 매우 적절하며 좀 더 중립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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