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화합' 외쳤지만 트럼프 어깃장에 파열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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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창설 70주년을 맞은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안보동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고립주의ㆍ미국우선주의에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3~4일 이틀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표면적으로는 '단결과 화합'을 외쳤지만 회의 내내 파열음을 일으키며 안보 동맹의 균열만 노출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NATO 회원 29개국은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런던 선언문'을 채택했다. 회원국들은 선언문에서 "연대와 단결, 화합은 우리 동맹의 기본 원칙"이며 "우리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사이의 지속적인 대서양을 횡단하는 유대 관계, 유엔(UN)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고수하는 것, 동맹을 공격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공격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워싱턴 조약 제5조에 규정된 우리의 엄숙한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에는 또 미국이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방위비 부담 확대 추진을 약속하는 한편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 테러리즘,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들의 국제 질서 교란 행위, 불법 이민, 사이버 및 복합 위협 등을 현재 직면한 '위협'으로 적시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국제 정책'를 명시한 뒤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풀어야 할 도전인 동시에 기회"라고 규정했다. 미국의 5G 네트워크 화웨이 배제 캠페인에 대해서도 "각자의 주권 내에서 5G를 포함해 안전하고 탄력적인 시스템에 의존할 필요성을 인식한다"고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정상회의 내내 각국 정상들은 분열과 갈등의 행보를 보였다.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런던에 도착하기 전부터 "미국인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한 뒤 동맹들의 방위비 부담 증액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이미 NATO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율을 2024년까지 2%대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는 돼야 한다"면서 응하지 않으면 무역 보복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부담 확대를 강조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는 폭탄 발언을 던지기도 했다.

중국과 무역 전쟁에 대해 "데드라인은 없다. 여러 면에서 내년 선거 이후에 무역합의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해 뉴욕 증시를 급락시키기도 했다.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주 지역 공격을 둘러 싸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개적인 충돌을 빚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가 뇌사 상태'라는 지난달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아주 못된 발언"이라며 대놓고 비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서는 "휴전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틀간의 정상회담은 NATO가 끊임없이 갈등이 일어나는 좀 더 복잡한 조직이 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서 "NATO가 집단적 군사 방어가 필요하지 않을 경우에 정확히 어떤 효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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