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B '내년 경제성장률 1.6~2.4%'...노동비용 증가 약점지적 여전

美中 무역갈등 완화 긍정적

엄격한 규제·노동비용 증가 등
'구조적인 약점' 공통 지적

외국인 투자가 자금이탈 뚜렷
코스피 14거래일 연속 순매도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해외 금융기관들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6~2.4%를 제시했다. 긍정적 요인으로 미·중 무역협상 합의 가능성 등 대외 환경이 꼽혔고, 부정적 요인으로는 정부의 강한 규제와 노동비용 증가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약점이 지적됐다.

JP모건은 27일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은 1.9%로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 성장률을 2.2%로 제시한 가운데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전망치는 대체적으로 이보다 낮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가 1.6%로 최저치를, 영국계 슈로더투신운용은 최고치인 2.4%를 각각 제시했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후하게 전망한 기관은 미·중 무역분쟁 확전 가능성 축소, 세계 제조업 및 설비투자 사이클 회복세, 한국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을 이유로 꼽았다. 내년 성장률에 기대감을 내비친 JP모건은 "내년엔 세계 제조업 및 설비투자 사이클이 다소 회복될 것"이라며 "미·중 무역긴장도 실질적으로 더 고조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국의 대외 수요 감소 관련 최악의 장애물은 지나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와 노동비용 증가 등이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생산성을 누르는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JP모건은 "내년 경제 회복에도 불구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은 2010∼2013년의 3.2∼3.3%에서 이미 2%대로 낮아졌고, 앞으로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는 최근 자금이탈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증권시장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 변경을 앞두고 중국, 대만 등 다른 신흥국보다 차별화된 매력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14거래일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 규모는 3조2305억원으로, 3년10개월 만에 가장 긴 순매도를 이어간 것이다. 이날에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오전 9시38분까지 952억원어치를 팔았다.

정부가 내년 경제 성장동력 모멘텀을 반드시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해외IB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반등 모멘텀 마련을 위한 경제활력 과제 발굴 ▲모멘텀 확충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5대 분야 구조개혁 과제 구체화 ▲취약계층 등을 위한 포용기반 강화과제 등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해외IB의 한 임원은 "한국 정부는 이번에도 '포용'이란 단어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포용이 경기 부양과 함께 가지 않는다는 명백한 사실은 유럽과 남미 등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인공지능(AI) 등 신산업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같은 인프라 등 경제 모멘텀을 끌어올 만한 여러 분야의 부양 의지를 꾸준히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에 기대할 구석은 탄탄한 재정뿐이라고 보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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