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 미디어의 미래와 민주주의의 위기

인간의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해 미디어는 개발됐고 진화를 거듭했다. 소통의 욕구를 위해 원거리 통신이,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유지하기 위해 분산 네트워크인 인터넷이 개발됐다.

원래의 욕구를 넘어선 새로운 욕구의 충족을 위해 미디어 서비스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나타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친구를 찾거나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개발된 SNS가 이제는 자기표현과 자기과시의 욕구를 충족하는 미디어로 진화했다.

이제 미디어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범용 기반 설비인 5G 이동통신이 상용화되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홀로그램, 로봇,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기술과 접목된 미디어가 출연할 것으로 예측한다.

기존의 장비와 함께 내장된 소프트웨어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구현되던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의 콘텐츠를 5G 네트워크 기반의 클라우드에서 실시간으로 내려받아 다수가 함께 끊김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콘텐츠를 활용한 더욱 현실감 있는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역시 가능해질 것이다. 더불어 실내외, 특히 자율주행차의 내부에서 우리는 새로운 AI가 안내하는 홀로그램 화면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되는 미디어 콘텐츠 영상도 실감나게 볼 수 있다.

한편 다량의 정보가 범람하면서 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주는 정보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는 AI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나아가 뉴스 콘텐츠의 취재 및 편집, 기사의 작성 등에 AI가 장착된 로봇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로봇 저널리즘이 구현될 수 있다. IoT와 몸에 붙일 수 있는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장비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AI의 기계 학습(머신 러닝)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축적돼 이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뉴스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도 새로운 뉴스 형태로 뉴스 이용자들의 정치적 성향과 취향을 파악해 이를 토대로 특정 집단과 개인을 찾아가는 뉴스 콘텐츠가 생성 및 제공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한다. 전문적인 언론인을 대신해 알고리즘에 따른 뉴스의 생산과 제공으로 필터버블(filter bubble)라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필터로 걸러진 정보가 가득한 버블에, 다시 말해 자기확증편향, 즉 편견과 아집이라는 환경에 둘러싸인 개인들이 개방적 사고가 아닌 폐쇄적 사고에 빠질 수 있다. 그 결과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이나 서로 다른 성향과 취향에 대해 배타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다양성의 폭이 줄어들고 의견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며,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인터넷이 등장한 20세기 말, 인터넷이 기술적 안정성 면에서 완벽하다는 기술적 완결성과 풀뿌리의 민의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이상적 공론장이라는 담론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적이 있다. 이들 담론으로 우리 사회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 현재도 오히려 쉽게 뚫리는 취약한 정보 보안으로, 그리고 더욱 쉬운 여론의 조작과 편향으로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위험에 처해 있다.

앞으로 펼쳐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발과 진화된 미디어를 통해 등장한 새로운 계층이 자신의 권력을 더 은밀하게 남용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선제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강재원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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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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